서울 가로수들도 단풍이 들어갑니다. 22일 점심때 종로·광화문 일대를 둘러보니 은행나무·느티나무·왕벚나무를 시작으로 노랗게, 붉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
서울시 통계를 보면, 서울 가로수는 30만 7351그루입니다. 이중 은행나무가 가장 많은 10만 8000여 그루로 35.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이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20.3%), 느티나무(12.2%), 왕벚나무(11.1%)로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이팝나무(6.5%), 회화나무(2.5%), 메타세쿼이아(1.7%)가 뒤를 잇고 있습니다(2019년 현재).
가로수로 쓰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나무가 아름다우면서 사람에게 해롭지 않아야 하고, 도시 매연과 병충해를 잘 견뎌야 합니다. 또 가지가 간판을 가리지 않고, 나뭇잎이 넓어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면 더욱 좋습니다. 주로 나무 직경 10~12㎝ 이상, 높이 3.5m 이상인 나무를 쓰고 있답니다.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는 비교적 이 조건에 잘 맞는 나무였습니다. 창경궁 주변 플라타너스는 일제강점기부터 서울의 영욕을 지켜보았고, 80년대 초엔 플라타너스가 서울 가로수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88올림픽을 앞두고 가을 단풍이 좋다고 은행나무를 대대적으로 심으면서 은행나무가 단숨에 1위에 올랐습니다. 올림픽 시설이 많은 송파구는 지금도 가로수 57%가 은행나무입니다.
그러나 은행나무는 열매에서 악취가 나는, 플라타너스는 가루가 날리고 벌레가 꼬이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90년대 들어서면서 이 같은 단점이 적은 느티나무와 왕벚나무가 대체 수종으로 많이 심어졌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팝나무, 회화나무, 메타세쿼이아가 새로운 가로수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팝나무는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나무였는데, 청계천을 복원(2003~2005년)할 때 가로수로 이팝나무를 선택하면서 가로수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2만 88그루로 6.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팝나무는 꽃이 피면 꼭 이밥(쌀밥)을 얹어놓은 모양이라 이 같은 이름이 붙었습니다.
학자나무라고, 옛날 서원에 많이 심은 회화나무도 가로수로 변신했습니다. 강남구 압구정역~갤러리아백화점, 서초구 반포대로와 사평대로, 서강대교~신촌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까시나무 비슷한 가로수인데 가시가 없으면 회화나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덕수궁이나 창덕궁 등 고궁에서도 몇백 년 자란 거대한 회화나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서울 가로수 역사를 알면 어떤 동네에 들어서 가로수만 보고도 대략 동네 형성 시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플라타너스 가로수면 70년대 이전, 은행나무이면 80년대, 느티나무·왕벚나무이면 90년대, 이팝나무, 회화나무, 메타세쿼이아면 2000년대 이후라고 짐작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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