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냉이·달래·쑥·미나리, 김훈의 '봄나물을 먹으며'

우면산 2021. 3. 2. 06:38
반응형

 

 

마침 소설가 김훈의 에세이집 자전거 여행1’에 나오는 봄나물을 먹으며를 소개하기 좋은 계절이다. 김훈은 이 글에서 대표적인 봄나물인 냉이, 달래, , 미나리의 맛과 특징을 차례로 썼다. 어떤 글인지, 어떤 내용인지 해설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필요없을 것 같다. 김훈 특유의 글맛도 살릴 겸 나물 별로 글의 분량을 줄이는 정도로 소개하겠다.

 

 

 

◇냉이

새로 돋아난 봄 냉이를 엷은 된장에 끓인 국이 아침 밥상에 올랐다. (중략) 냄새만으로도 냉이국이란 걸 알아맞혔다. 아내는 기뻐했다. 국 한 모금이 몸과 마음속에 새로운 천지를 열어 주었다. (중략) 겨울 동안의 추위와 노동과 폭음으로 꼬였던 창자가 기지개를 켰다. 몸속으로 봄의 흙냄새가 자욱이 퍼지고 혈관을 따라가면서 마음의 응달에도 봄풀이 돋는 것 같았다. (중략) 된장은 냉이의 비밀을 국물 속으로 끌어내면서 냉이를 냉이로서 온전하게 남겨둔다. 냉이 건더기를 견져서 씹어보면, 그 뿌리에는 봄 땅의 부풀어오르는 힘과 흙냄새를 빨아들이던 가는 실뿌리의 강인함이 여전히 살아 있고 그 이파리에는 봄의 햇살과 더불어 놀던 어린 엽록소의 기쁨이 살아 있다.

 

냉이.

 

◇달래

달래는 냉이와 한 짝을 이루면서도 냉이의 반대쪽에 있다. 똑같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서 태어났으나 냉이의 그 고난으로부터 평화의 덕성을 빨아들이고, 달래는 시련의 엑기스만을 모아서 독하고 뾰족한 창끝을 만들어낸다.

 

달래. 우리가 흔히 달래라고 먹는 것은 산달래다. 달래는 가는 잎이 1~2개, 산달래는 비교적 굵은 잎이 2~9개 있다.

 

◇쑥

달래와 냉이는 그렇고 쑥된장국은 또 어떤가. 쑥은, 그야말로 겨우 존재 하는 것들이다. 그것들은 여리고 애달프다. 이 여린 것들이 언땅을 뚫고 가장 먼저 이 세상에 엽록소를 내민다. (중략) 된장 국물 속에서 끓여질 때, 쑥은 냉이보다 훨씬  더 많이 된장 쪽으로 끌려간다. 국물 속의 건더기는 다만 몇 오라기의 앙상한 섬유질만으로 남는다. 쑥이 국물에게 바친 내용물은 거의 전부가 냄새이다.

 

쑥.

 

◇미나리

미나리는 전혀 종자와 근본이 다르다. 겨울 강가의 얼음 갈라진 틈으로, 이 새파란 것들은 솟아오른다. 미나리에는 출신지의 음영이 드리워져 있지 않다. 미나리에는 지나간 시간의 찌꺼기가 묻어 있지 않다. 미나리에는 그늘이 없다. 미나리는 발랄하고 선명하다. (중략) 그러므로 미나리는 된장의 비논리성과 친화하기 어렵고 오히려 고추장의 선명성과 잘 어울린다.

 

꽃이 핀 미나리.

 

김훈 글을 읽는 재미는 알 듯 말 듯, 나도 쓸 수 있을 듯 말 듯한 표현들에 있다. 소설도 그렇고 에세이도 그렇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표현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심오한 뜻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 분명한 것은 김훈이 한 문장을 건지기위해 풍경의 안쪽에서 말들이 돋아나기를 바라며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소설 내 젊은 날의 숲작가의 말) 보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봄나물을 먹으며에도 이런 김훈 글의 특장이 잘 나타나 있다. 김훈 에세이에서 꽃 피는 해안선말고는 좋아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봄나물을 먹으며도 좋아하기로 마음먹었다. ^^

 

 

◇냉이에 대해 더 읽을거리

 

-겨울 견딘 냉이와 하우스 냉이는... 

 

-‘몽실 언니 냉이, 옹점이 냉이^^ 

 

-냉이·달래·쑥·미나리, 김훈의 '봄나물을 먹으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