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한 물봉선, 패션 감각도 남달라
야생화 공부를 시작한 후 가장 많이 찍은 야생화 10개를 꼽는다면 아마 물봉선이 들어갈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산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고, 또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 없을만큼 매혹적인 꽃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 남한산성에서 물봉선이 첫 꽃망울을 터트린 것을 보았다. 물봉선이 피면 소개하려고 기다렸기 때문에 보자마자 이 글을 쓰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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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봉선은 봉선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화단에 피는 봉선화가 어릴 때 손톱 물들인 추억의 꽃이지만 사실은 인도 원산의 외래종이다. 우리 고유의 봉선화가 있는데 바로 우리 산 개울가 등 습지에서 자라는 물봉선이다.
물봉선은 봉선화처럼 줄기에는 불록한 마디가 있고, 홍자색 꽃은 잎술처럼 둘로 나뉘는데 그 사이로 흰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무늬가 있어서 매력을 더하고 있다. 패션감각이 남다르다고 할까. 꿀주머니는 카이젤 수염처럼 동그랗게 말리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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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익는 열매는 봉선화 종류인 만큼 작은 자극에도 터져 씨앗이 튀어 나간다. 마치 가까이 가면 ‘흥~’ 하고 뒤돌아서는 도도한 아가씨 같다. ^^ 그 동작이 얼마나 잽싼지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씨앗이 튀어나가 씨앗을 모으기가 참 힘들다. 거의 모기 잡듯 양손을 모으고 다가가야 몇 개 건질 수 있다. 씨앗이 어디론가 튀어나간후 열매껍질을 보면 용수철처럼 말린 것을 볼 수 있다. 서울 기준으로 이제 막 피기 시작했으니 추석 무렵엔 어느 산에나 물봉선이 절정을 이룰 것 같다.
노랑물봉선도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물봉선 비슷하게 생겼지만 꽃잎이 노랗고 자잘한 붉은 반점이 있다. 잎도 물봉선은 끝이 뾰족하지만 노랑물봉선은 아래 사진에서 보듯 둥근 편이다. 꿀주머니도 말리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 엉성한 느낌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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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원예종 봉선화(鳳仙花)는 꽃의 모양이 머리와 발·꼬리를 세우고 있는 봉황새와 닮아 붙은 이름이다. 봉숭아가 외래종이라고는 하지만 고려시대부터 심은 기록이 있다고 하니 이 정도면 그냥 우리 식물이라고 보아도 별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싶다. 흔히 봉숭아라고 하지만 봉선화가 추천명이 봉선화로 쓰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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