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한강의 원류는 달개비꽃 ^^
노벨문학상을 받는 한강은 한승원 작가의 딸입니다. 한승원 작가는 2016년 ‘달개비꽃 엄마’라는 장편소설을 냈는데, 당시 77세이던 작가가 99세에 별세한 어머니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입니다.
이 소설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달개비꽃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그 대목은 소설 앞부분에 나오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무덤 앞에 엎드려 절을 하고 났을 때 (중략) 금잔디를 밟고 선 내 발 앞으로 국숫발같이 오동통한 달개비 덩굴 한 가닥이 기어나왔다. 그 덩굴의 마디마디에서 피어난 닭의 머리를 닮은 남보랏빛 꽃 몇 송이가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그 오동통한 달개비 풀꽃처럼 강인하게 세상을 산 한 여인, 나의 어머니를 위하여 이 소설을 쓴다.>
그 많은 잡초 중에서 생명력이 강하면서도 어여쁜 달개비를 고른 것은 탁월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달개비 꽃은 여름에 피기 시작해 요즘까지 피는 꽃입니다. 밭이나 길가는 물론 담장 밑이나 공터 등 그늘지고 다소 습기가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꽃은 작지만 자세히 보면 상당히 예쁘고 개성 가득합니다. 우선 꽃은 포에 싸여 있는데, 포가 보트 모양으로 독특합니다. 남색 꽃잎 2장이 부채처럼 펴져 있고 그 아래 노란 꽃술이 있는 구조입니다.
달개비라는 이름은 꽃이 닭의 볏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입니다. 이 풀의 정식 이름은 닭의장풀인데, 이 식물이 주로 닭장 주변에서 자란다고 붙은 것입니다.
소설엔 이런 일화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승원이 젊었을 때 진로에 대해 부모 의견이 달랐습니다. 아버지는 논을 팔아 책장사를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가 나서 “아니다. 서울 그 대학 들어가거라. 돈이랑 논이랑 다 쓸데없다, 사람이 제일로 중한 것이다”고 했답니다. 그리하여 한승원은 서라벌 예대 문예창작과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결단이 아니었으면 한승원도 한강도 어떤 운명이 펼쳐졌을지 모를 일이겠습니다. ^^
한강은 광주(光州)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지만 방학 때면 할머니·아버지가 있는 전남 장흥에 내려와 지냈다고 합니다. ‘달개비꽃 엄마’에 나오는 할머니의 ‘강인하게 세상을 사는’ 태도는 한강의 가치관과 글 쓰는 자세 등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겠죠. ^^ 노벨문학상을 받는 한강의 원류가 달개비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그렇지 않아도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글로, 900자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세상을 떠난 외할머니와의 아련한 추억을 담았습니다. 할머니에 대한 추억도 나올지도, 이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