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리향, 백리향, 천리향, 만리향
제가 좋아하는 건배사는 ‘화향백리, 주향천리, 인향만리’(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며,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입니다. ^^ 그런데 꽃이름에도 백리, 천리, 만리가 들어간 것들이 있습니다. 향기가 좋아서 들어간 이름들입니다.
먼저 만리향(萬里香)입니다. 일반적으로 목서 종류를, 그중에서도 금목서를 만리향이라고 한답니다. ^^ 금목서 향기는 그 유명한 향수 샤넬No5와 비슷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금목서가 좋은 향기를 가졌지만, 샤넬 넘버파이브를 이 향기로 만들었는지는 검증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입니다.
천리향도 있습니다. 서향(瑞香)을 향기가 좋다고 천리향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 서향은 상서로운 향기가 나는 꽃이라는 뜻입니다. 서향 종류로, 우리나라엔 제주도와 거제도 등 남해안에서 자생하는 백서향, 중국이 원산지인 도입식물로, 국내에서는 주로 화분에서 키우는 서향 등이 있습니다.
그럼 백리향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그것도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정식 이름이 있는 꽃입니다. ^^ 백리향은 꽃뿐만 아니라 잎에서도 향이 난다고 합니다. 시중에서 타임(thyme)으로 팔리고 있는 것이 바로 백리향 잎과 꽃을 말린 것입니다.
백리향은 높은 산 등의 양지바른 바위틈에서 무리 지어 자라는, 꿀풀과 작은 나무입니다. 줄기가 땅 위에서 옆으로 퍼져나가면서 10㎝ 정도 자랍니다. 잎에는 흰털이 있고 앞뒤 양면에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이 많이 있는데 이곳이 향기를 내는 분비샘(腺点·선점)입니다.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백리향을 섬백리향이라고 하는데 백리향보다 줄기가 굵고 잎과 꽃도 모두 조금씩 크다고 합니다.
백리향이 있으니 십리향도 있겠지요? ^^ 사군자 중 난초를 십리향이라 부른답니다. 이어서 칠리향도 있습니다. 제주도와 남해안에서 볼 수 있는 다정큼나무를 칠리향이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 이밖에 돈나무도 좋은 향이 있다고 칠리향 또는 천리향이라는 별칭이 있고, 배롱나무를 오리향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는 모양입니다. ^^
정리하면 오리향(배롱나무), 칠리향(다정큼나무와 돈나무), 십리향(난초), 백리향, 천리향(서향 또는 돈나무), 만리향(목서) 등이 향기가 멀리 간다는 이름 또는 별칭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더 읽을거리
-호랑가시·구골목서·홍가시·멀꿀, 서울에서 자라는 남부 수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