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녹나무·먼나무·붓순나무·아왜나무가 자란다고?
서울숲을 걷다보니 파크3 구역에 제주도 돌하르방 하나가 보이고, 그 옆에 ‘난대수종 식재지’라는 안내판이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
서울에 난대수종을 심었다니? ‘지구 온난화와 도시열섬화 현상으로 점점 따뜻해지는 서울에서도 난대수종이 살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갖고 2008년 봄부터 몇몇 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
모두 15종을 심었는데, 가시나무, 구골나무, 굴거리나무, 꽝꽝나무, 녹나무, 다정큼나무, 동백나무, 먼나무, 배롱나무, 붓순나무, 아왜나무, 졸가시나무, 종가시나무, 호랑가시나무, 황칠나무 등이라고 합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나무보호와 연구를 위해 일반 수목과 똑같이 관리하고 있다”고 하네요.
안내문엔 “다행히도 그런 추위를 잘 견디는 가시나무류와 꽝꽝나무는 자리를 잡고 성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추위에 약한 녹나무, 다정큼나무, 황칠나무, 동백나무 등은 성장세가 둔한 경험이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15종류 중 구골나무, 동백나무, 배롱나무, 호랑가시나무, 꽝꽝나무 등은 서울 시내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나무들이 서울에서 자란다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는 얘기라는 뜻입니다. ^^
서울숲 동백나무도 꽃을 피우고, 크리스마스의 상징인 호랑가시나무도 꽃이 피고 붉은색 열매도 맺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나무는 제주도나 남해안에, 적어도 안면도나 충청도엔 가야 볼 수 있는 나무들이라 서울에서 자란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
상록 참나무인 가시나무 종류 중에서는 졸가시나무가 내한성이 제일 강한 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큰 나무는 대구, 김천, 전주에서도 월동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본 적이 있는데, 서울에서도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이 난대수종 모니터링 결과를 찾아보니, 서울숲 종가시나무도 봄에 새싹이 올라와 쑥쑥 자란다고 합니다. 녹나무는 추위에 겨울에 지상부가 얼어죽고 늦은 봄에 다시 새싹이 올라오고, 황칠나무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자라기 힘든 수준인 겁니다.
먼나무, 아왜나무, 붓순나무 등은 상태가 어떤지 궁금한데 자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난대수종들이 서울에서 잘 자라는 것을 마냥 반가워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난대수종들이 서울에 진출하는만큼 추워야 잘 자라는 나무들은 서울에서 밀려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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