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 중 유인실은 수국 같은 여인이다. 식민지 조선의 신여성으로, 조국과 일본인을 함께 사랑하다 큰 갈등을 겪는다. 작가는 이 유인실을 수국에 비유했다. 그래서 요즘 같은 수국의 계절이 오면 떠오르는 인물이다. 유인실은 일본 유학 중 관동대지진 때 오가다와 함께 조선인들을 구했다. 귀국해서도 계명회라는 조직 사건에 연루돼 옥고도 치렀다. 계명회 연루에다 오가다와 관계가 알려지면서 어엿한 일자리 대신 야간 학교 교사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일본인과 사귀는 조선 여성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그만큼 엄격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오가다의 아이를 가졌을 때, 유인실은 동경에 사는 지인 조찬하를 찾아가 아이를 맡아달라고 했다. 조찬하는 오가다의 지인이기도 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