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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31

생전 장례식 치른 할머니가 좋아한 꽃, 도라지꽃

“죽은 뒤에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야? 살아 있을 때 한번 더 보는게 낫지.” 홍민정 작가의 장편동화 ‘모두 웃는 장례식’에 나오는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돌아오는 자신의 75번째 생일에 생전 장례식을 치러겠다고 한다. 할머니는 유방암 암세포가 온몸으로 전이돼 시한부 판정을 받은 터였다. 이 동화책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윤서다.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엄마가 일하는 상하이로 떠날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 할머니가 편찮아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와중에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했다. 할머니 슬하 4남매가 너무 놀라다 할머니 부탁을 받아들이는 과정, 생전 장례식을 준비하는 과정 등이 담겨 있다. 윤서도 할머니가 일한 시장 사람들의 육성을 영상으로 담는 등 생전 장례식..

책이야기 2024.01.05

남산도서관, 이번엔 ‘꽃으로 토지를 읽다’ 선택 ^^

서울 남산도서관은 분기마다 한국문학에서 한 주제를 잡아 기획전시하는 「끌리는架 한국문학展」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분기에 선택한 주제(책)는 ‘꽃으로 토지를 읽다’였습니다. ^^ '끌리는架 한국문학展'은 한국문학 관련 주제를 분기별로 기획전시하는 방식입니다. ‘근대문학에서 현대문학까지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기위해 기획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문학 작품에서 서울 이야기를 엿보는 ‘서울, 이야기를 만들다’, ‘한국문학과 나무이야기’, ‘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를 주제로 전시했는데, 이번 분기(12월~2월) 주제는 ‘꽃으로 토지를 읽다’입니다. ^^ 「끌리는架 한국문학展」전시 코너는 남산도서관 3층에 있습니다. 계단으로 3층에 올랐을 때 정면에 보이는 공간에, 소설에서 꽃이 나오는 대목과 해..

책이야기 2023.12.10

‘지구 끝의 온실’ 속 덩굴, 가시박·칡 연상시켜요 ^^

김초엽 SF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을 막 읽었습니다. 그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가슴 뭉클하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 이 소설은 배경이 2050~60년대인데, 인류의 멸망과 재건 과정에서 ‘모스바나’라고 부르는 식물이 중요 역할을 하더군요. ‘푸른 빛이 나는 덩굴’이 폐허도시 해월에서 이상증식하자 생태학자 아영이 그 현상을 파헤쳐 나가는 내용입니다. 디스토피아 시대 인류는 더스트(바이러스같은 먼지) 때문에 절반 이상 죽고 일부만 돔시티에 살거나 공동체를 형성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식물학자 레이첼은 야생 식물들을 조합해 더스트를 응고시키는 식물을 만듭니다. 이 식물이 모스바나입니다. 아영이 더스트와 모스바나를 추적하면서 더스트..

책이야기 2023.12.02

2023년 2차 문학나눔 선정, ‘꽃으로 토지를 읽다’ 등 268권 목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4일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 심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문학나눔은 국내에서 발간되는 우수문학도서를 선정·보급하는 사업입니다. ^^ 결과를 보니 이번엔 1680종의 도서가 응모해 심사를 거쳐 ‘꽃으로 토지를 읽다’ 등 268종의 책을 선정했군요. 인터넷 공간을 보면 출판사나 저자들이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됐다고 홍보하는 글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 이번 발표는 읽을만한 책을 고르는데 좋은 참고자료일 것 같아 공개합니다. 특히 PDF로 발표해 책 제목과 출판사 이름으로 검색이 안되는데, 제가 검색이 가능하도록 살짝 전환시켰습니다. ^^ ◇2023년도 2차 문학나눔 선정도서 1.1980년 5월 24일 조성기 한길사 16,500 2.K의 장례 천희란 현대문학 13,000 3.각각의 계절 ..

책이야기 2023.10.25

‘물매화 사랑’, 추석 즈음 읽으면 딱 좋은 소설 ^^

물매화는 추석 즈음에 피는 꽃입니다. 그래서 요즘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에 물매화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물매화가 피는 요즘 딱 읽기 좋은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전상국의 소설 ‘물매화 사랑’입니다. 2005년 나온 작가의 소설집 ‘온 생애의 한순간’에 첫번째로 실려 있는 소설인데, 물매화로 시작해 물매화로 끝나는 소설이더군요. ^^ 이 소설은 시어머니와 남편과 갈등으로 가지울이라는 산촌에 칩거하는 한 여성이 요양을 온 듯한 한 남자와 말 없이 교감을 나누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남자가 물매화를 좋아합니다. 그 과정이 여름에 물매화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추석 즈음 마침내 꽃이 피기까지 시간에 그려져 있습니다. ^^ 그런만큼 소설에 물매화의 특징, 물매화가 ..

책이야기 2023.09.28

‘혼불’, 비노리 같이 하찮은 사람들 이야기

최명희 대하소설 ‘혼불’은 작가가 17년에 걸쳐 10권으로 완성한 대하소설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36~1943년 무너져가는 종가(宗家)를 지키는 종부 3대(청암부인-율촌댁-허효원)의 갈등관계, 이 종가의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상민마을 '거멍굴' 사람들의 삶을 그린 소설입니다. ^^ ‘혼불’에는 여뀌라는 식물이 자주 등장합니다. ‘강실이에게는 그 목소리조차 아득하게 들렸다. 그러면서 등을 찌르던 명아주 여뀌 꽃대 부러지는 소리가 아우성처럼 귀에 찔려왔다’와 같은 식입니다. ‘여뀌 꽃대 부러지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나오는거죠. ^^ 사촌 관계인 강실이와 강모의 애증관계는 이 소설의 기본 뼈대 중 하나인데, 강모가 연모하던 강실이를 범하는 장소가 하필 명아주 여뀌가 무성한 텃밭이어서 강실이가 이 장면을 회상..

책이야기 2023.07.06

수국의 계절, ‘토지’ 유인실이 떠오르는 까닭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 중 유인실은 수국 같은 여인이다. 식민지 조선의 신여성으로, 조국과 일본인을 함께 사랑하다 큰 갈등을 겪는다. 작가는 이 유인실을 수국에 비유했다. 그래서 요즘 같은 수국의 계절이 오면 떠오르는 인물이다. 유인실은 일본 유학 중 관동대지진 때 오가다와 함께 조선인들을 구했다. 귀국해서도 계명회라는 조직 사건에 연루돼 옥고도 치렀다. 계명회 연루에다 오가다와 관계가 알려지면서 어엿한 일자리 대신 야간 학교 교사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일본인과 사귀는 조선 여성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그만큼 엄격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오가다의 아이를 가졌을 때, 유인실은 동경에 사는 지인 조찬하를 찾아가 아이를 맡아달라고 했다. 조찬하는 오가다의 지인이기도 했다. 조..

책이야기 2023.06.24

신간 꽃으로 '토지'를 읽다(한길사)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를 읽고 나면 누구라도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꽃들이 있을 것이다. 꼼꼼히 읽지 않더라도, 별당아씨가 나올 때마다 반복적으로 진달래꽃, 최참판댁이 배경일 때 능소화가 자주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더 확장해 아예 꽃의 관점에서 ‘토지’를 읽고 꽃들을 등장인물들과 연결한 책이 나왔다. 바로 아래 ‘꽃으로 토지를 읽다’(한길사)다. ^^ 책의 첫 장은 ‘토지’의 원픽 ‘서희의 꽃’이다. 제목 ‘서희와 길상이의 개나리 연정’ ‘서희, 가시 가득한 탱자나무 같은 여인’ ‘서희, 해당화 가지 휘어잡고 주저앉다’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서희의 어린 시절의 꽃으로 개나리, 중년의 도도한 서희의 상징으로 탱자나무, ‘토지’ 마지막 장면에서 해방의 감격에 해당화 가지를 잡고 주저앉는..

책이야기 2023.05.19

“사랑 손님이 보냈다” 어머니가 얼굴 붉힌 꽃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1935년 주요섭이 ‘조광(朝光)’지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일찍 남편을 잃은 스물넷 어머니가 사랑손님을 마음에 두면서도 결국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여섯 살 딸 옥희 시각으로 전하는 소설이다. 어머니가 사랑손님이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결정적인 계기는 옥희가 전해준 꽃이었다. 옥희는 어머니를 기쁘게 하려고 유치원에서 가져온 꽃을 엉겁결에 아저씨가 갖다 주라고 했다고 말해버린다. 그때 어머니 얼굴이 빨갛게 물들고 손가락은 파르르 떨린다. 꽃을 받은 어머니는 옥희에게 ‘이 꽃 얘기 아무보구두 하지 말아라’고 당부했다. 어머니는 옥희 예상과는 달리 그 꽃을 버리지 않고 꽃병에 꽂아서 풍금 위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며칠 후 꽃이 시들자 꽃을 잘라 찬송가책 갈피에 끼워 두었..

책이야기 2022.12.26

100년 남산도서관이 선택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서울 남산도서관은 지난 10월 설립 100주년을 맞은 도서관입니다. 1922년 10월 5일 명동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 당시 이름은 경성부립도서관이었다고 합니다. 이 도서관은 분기마다 「끌리는架 한국문학展」이라는 기획전을 하는데, 이번 분기에 선택한 주제(책)는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였습니다. ^^ '끌리는架 한국문학展'은 한국문학 관련 주제를 분기별로 기획전시하는 방식입니다. ‘근대문학에서 현대문학까지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기위해 기획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이 4회째인데, 지난 2월 문학 작품에서 서울 이야기를 엿보는 ‘서울, 이야기를 만들다’를 시작으로 5월 ‘한국문학과 나무이야기’, 8월 ‘시’에 이어 11월부터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를 주제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 「끌리는架 한국문..

책이야기 202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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