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을 가다 보면 하얀 치자꽃이 핀 것을 볼 수 있다. 초여름 치자꽃은 신선하면서도 달짝지근한 향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청준의 단편 ‘치자꽃 향기’를 읽고 치자꽃 향기가 여인의 향기임을 알았다. ^^ 이 소설에서 치자꽃 향기는 에로틱하다. 소설의 화자인 남편은 어느 날 아내에게 황당한 부탁을 한다. 자기의 절친 중에 한달에 한 번쯤 여자 알몸을 훔쳐보지 못하면 정상생활이 불가능한 친구가 있는데, 벌써 몇달째 여자 알몸을 보지 못해 거의 미쳐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친구를 위해 보름달이 뜬 날 밤에 마당 우물가에서 한 번만 멱을 감아 달라고 부탁했다. 아내는 처음에 당연히 펄펄 뛰며 미친놈 취급을 했으나, 계속 절실하게 부탁하자 마침내 승낙한다. 드디어 약속한 날, 우물가에 치자꽃이 피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