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소설가 김훈의 에세이집 ‘자전거 여행1’에 나오는 ‘봄나물을 먹으며’를 소개하기 좋은 계절이다. 김훈은 이 글에서 대표적인 봄나물인 냉이, 달래, 쑥, 미나리의 맛과 특징을 차례로 썼다. 어떤 글인지, 어떤 내용인지 해설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필요없을 것 같다. 김훈 특유의 글맛도 살릴 겸 나물 별로 글의 분량을 줄이는 정도로 소개하겠다. ◇냉이 새로 돋아난 봄 냉이를 엷은 된장에 끓인 국이 아침 밥상에 올랐다. (중략) 냄새만으로도 냉이국이란 걸 알아맞혔다. 아내는 기뻐했다. 국 한 모금이 몸과 마음속에 새로운 천지를 열어 주었다. (중략) 겨울 동안의 추위와 노동과 폭음으로 꼬였던 창자가 기지개를 켰다. 몸속으로 봄의 흙냄새가 자욱이 퍼지고 혈관을 따라가면서 마음의 응달에도 봄풀이 돋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