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10시쯤 서울 경의선숲길을 산책하는데 연한 노란색 원추리가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박꽃이나 달맞이꽃처럼 밤에 피는 노랑원추리입니다. ^^ 진한 노란색 꽃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드는 것이 그냥 원추리라면, 노랑원추리는 반대로 오후 늦게 피었다가 다음날 오전에 집니다. 저녁에 핀다고 북한에선 저녁원추리라 부른다고 합니다. 꽃에 코를 대고 숨을 들이키니 싱그러운 노랑원추리 특유의 향기가 밀려듭니다. 밤에 피는 꽃들은 숙명적으로 강한 향기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각적으로 꽃가루받이를 해줄 곤충에게 존재를 알릴 수 없으니 후각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 박꽃도 낮에는 꽃잎을 오므리고 있다가 초저녁부터 핍니다. 사학자 문일평의 ‘화하만필(花下漫筆)’엔 ‘푸른 치마 밑에서/얼굴 감추고/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