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박꽃·하늘타리·노랑원추리·야래향, 햇님 보고 내외하는 꽃들 ^^

우면산 2021. 6. 15.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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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10시쯤 서울 경의선숲길을 산책하는데 연한 노란색 원추리가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박꽃이나 달맞이꽃처럼 밤에 피는 노랑원추리입니다. ^^ 진한 노란색 꽃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드는 것이 그냥 원추리라면, 노랑원추리는 반대로 오후 늦게 피었다가 다음날 오전에 집니다. 저녁에 핀다고 북한에선 저녁원추리라 부른다고 합니다.

 

밤에 경의선숲길에 핀 노랑원추리.

 

꽃에 코를 대고 숨을 들이키니 싱그러운 노랑원추리 특유의 향기가 밀려듭니다. 밤에 피는 꽃들은 숙명적으로 강한 향기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각적으로 꽃가루받이를 해줄 곤충에게 존재를 알릴 수 없으니 후각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

 

박꽃도 낮에는 꽃잎을 오므리고 있다가 초저녁부터 핍니다. 사학자 문일평의 화하만필(花下漫筆)’푸른 치마 밑에서/얼굴 감추고/햇님 보고 내외하던/박꽃 아가씨라는 동요가 글 쓸 당시에, 그러니까 1930년대에 유행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햇님 보고 내외하던 박꽃 아가씨라는 표현이 참 재미있습니다. ^^

 

박꽃.

 

박꽃은 여름에 피는 흰꽃의 대명사였습니다. 어릴적엔 초가집 지붕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초가지붕이 사라지면서 박꽃도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요즘은 수목원이나 공원에 가야 전시용의 하나로 심어놓은 것을 겨우 볼 수 있습니다.

 

하늘타리도 박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입니다. ‘하늘을 타고 올라가 피는꽃이라 이름이 하늘타리입니다. ^^ 자주는 볼 수 없는 꽃이지만 주택가를 걷다 운이 좋으면 하늘타리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낮에는 꽃잎을 오므리고 있다가 밤에 5갈래 꽃잎이 펴지고 다시 실처럼 가는 꽃잎까지 현란하게 펼쳐집니다. ^^

 

밤에 핀 하늘타리 꽃.

 

달맞이꽃은 바늘꽃과의 두해살이풀로, 저녁에 피는 꽃의 대명사라 할 수 있습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았고, 7월쯤부터 노란색으로 위쪽 잎겨드랑이에 1개씩 꽃이 달릴 것입니다. 꽃잎은 4장인데 끝이 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달맞이꽃은 왜 저녁에 꽃이 필까요? 달맞이꽃은 주로 밤에 활동하는 박각시나 나방 등 야행성 곤충에 꽃가루받이를 의존합니다. 식물의 꽃은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곤충에 맞게 진화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에도 소개했지만, 요즘엔 달맞이꽃을 낮에 피게 개량한 낮달맞이꽃, 생긴 것이 낮달맞이꽃 비슷하고, 낮에 피면서 꽃 색깔은 분홍색인 분홍낮달맞이꽃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

 

달맞이꽃.

 

분꽃도 곧 피어날 겁니다. 여름에 서울 주택가 등을 지나다 보면 붉은색·노란색·분홍색·흰색 등 다양한 색의 분꽃을 화단이나 화분, 담장가에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낮에 분꽃이 피어 있었다면 해 질 녘임이 분명합니다. ^^ 분꽃은 해가 뜨면 꽃잎을 오므렸다가 오후 4~5시쯤부터 다시 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어 이름이 '4시꽃(Four o'clock flower)'입니다. ^^

 

분꽃.

 

밤에 피는 꽃들을 소개하는데 야래향을 빠뜨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야래향(夜來香)은 중국과 인도차이나가 원산지로, 협죽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아니지만 한번 보면 이름과 그 향기를 잊기 어려운 꽃입니다.

 

낮에 꽃잎을 다물고 있는 야래향 꽃.

 

여름에 줄기를 따라 노란색 꽃이 피는데, 낮에는 꽃잎을 오므리고 있다가 밤이면 활짝 펼쳐 진하면서도 그윽한 향기를 뿜어냅니다. ‘밤에 오는 향기라는 뜻을 가진 이름만 봐도 얼마나 향기가 강할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기둥 등을 타고 2~5m까지 올라갈 수 있는 덩굴식물입니다. 오늘은 노랑원추리, 박꽃, 하늘타리, 달맞이꽃, 분꽃, 야래향 등 밤에 피는 꽃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밤에 피는 꽃 관련해 더 읽을거리

 

-원추리와 노랑원추리, 누가 더 곱나요 ^^  

 

-박완서 작가가 분꽃을 가장 좋아한 이유는?  

 

-낮달맞이꽃, 분홍낮달맞이꽃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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