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백미꽃·도깨비부채·큰뱀무, 홍천 대학산에 핀 꽃들

 

강원도 홍천에 ‘대학산(大學山)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산이 있습니다. 지난 주말 이 산에 다녀왔습니다. 10년전쯤 멸종위기식물 한계령풀 군락지가 발견돼 야생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진 산입니다. 부목재라는 곳에서 출발해 대학산 정상을 거쳐 진지리고개(임도사거리), 성황당으로 내려오는 코스였습니다.

 

부목재가 해발 689m, 정상은 876m여서 탐방로가 평탄한 길일 거라 생각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ㅠㅠ 처음에는 평탄하더니 곧 가파른 오르막과 급경사 내리막을 반복했습니다. 오전 9시쯤 출발해 오후 4시30분쯤 내려왔으니까 7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이런 조건이라 그런지 산행 내내 사람을 마주칠 수 없었습니다. ㅠㅠ 다만 그렇게 고생한 덕에 민백미꽃, 도깨비부채, 가는기린초, 가락지나물, 단풍취, 우산나물, 큰뱀무, 털중나리 등 예쁜 꽃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한계령풀은 흔적이라고 보고 싶었으나 만나지 못했습니다.

 

먼저 대학산에는 민백미꽃이 곳곳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전국 산지의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지만 흔히 만날 수 있는 꽃은 아닙니다. 꽃은 지름 2㎝ 가량의 5∼6개 흰꽃이 모여 피는데, 순백의 꽃이 참 깨끗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  줄기는 30~60㎝ 정도 곧게 자라며 길이 10㎝ 크기의 잎은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합니다. 그냥 백미꽃은 꽃이 흑자색이고 꽃대가 거의 없습니다.

 

민백미꽃.

 

홍천 대학산에 핀 민백미꽃.

 

도깨비부채도 큰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도깨비부채는 깊은 산 응달진 곳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식물입니다. 잎줄기 끝에 4~6개의 잎이 달리는데, 잎끝이 3~5갈래로 갈라진 것이 좀 무섭게도 생겼습니다. 이 모양이 도깨비들이 사용하는 부채를 연상시킨다고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 비슷하게 생긴 개병풍은 잎이 방패 모양입니다.

 

도깨비부채 무리.

 

기린초는 돌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전국 산지 양지바른 바위틈에서 주로 자라는데, 20cm 정도인 줄기가 여러 개 모여 포기를 만들고, 이들이 다시 모여 작은 무리를 이룹니다. 대학산에는 기린초 중에서 잎이 기린초보다 가늘고 길며 줄기가 1∼2개 정도로 수가 적은 가는기린초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가는기린초.

 

가락지나물도 곳곳에서 무리 지어 피어 있었습니다. 가락지나물은 양지꽃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양지꽃은 작은 잎들이 3장에서 9장까지 장미의 잎이 달리듯 달린 형태입니다. 이 작은 잎들이 5장씩 동그랗게 모여 있는 것이 가락지나물입니다. ^^ 작은 잎들이 모두 3장씩 달려 있다면 세잎양지꽃입니다. 또 잎이 아주 잘게 갈라지면 ‘딱지꽃’입니다. ^^

 

가락지나물. 작은 잎이 5장씩 모여 있다.

 

큰뱀무는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6~8월 꽃 피는 장미과 여러해살이풀인데, 등산로를 따라 수없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꽃을 보면 암술 주위로 여러 개의 수술이 둘러싸고 있는데, 꽃이 피는 초기에는 노란색을 띠다가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 갈색 수술이 둥근 원을 그린 모양을 담은 사진 한번 보세요. ^^ 그냥 뱀무는 크기가 작고 줄기 위쪽에 난 잎이 보통 갈라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남부지방에서 드물게 자란다고 합니다. 따라서 중부지방에서 보는 것은 그냥 큰뱀무라고 생각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큰뱀무. 바깥쪽 갈색 수술이 둥근 원을 그리고 있다. ^^

 

엊그제 소개했듯이, 대학산 하산길에 털중나리 한 송이가 핀 것을 보았습니다. ^^ 북쪽이고 고산이라 그런지 나리 중 가장 빨리 피는 털중나리도 대부분 꽃망울만 맺혀 있고 아직 피지 않았는데, 그나마 한 송이라도 본 것입니다. 하늘말나리, 솔나리 꽃망울도 보았는데 역시 피려면 한참 남은 것 같았습니다.

 

대학산 털중나리.

 

단풍취, 우산나물도 셀 수 없이 많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 각각 잎이 단풍, 우산 모양이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다래, 개다래 꽃도 대단했는데, 곧 따로 올리려고 합니다.

 

단풍취.

 

우산나물.

 

◇더 읽을거리

 

-수호초는 흰꽃 원예종, 기린초는 노란꽃 야생화 

 

-나리 선봉대, 주황색 털중나리 동영상으로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