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민들레 비슷한 서양금혼초, 안면도수목원까지 점령하나?

우면산 2021. 6. 2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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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안면도수목원에 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생태계 교란식물인 서양금혼초가 수목원 입구를 점령하다시피 했고, 수목원 입구 고개를 넘어 안쪽까지 침범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목원 입구는 이미 서양금혼초가 상당히 큰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수목원 안쪽에도 철쭉원 일대와 정자 부근 등까지 곳곳에 서양금혼초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이미 씨앗을 맺은 것도 적지 않는데 방치하고 있어서 씨앗이 바람을 타고 퍼질 경우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엔 이 식물 특징에 대해 ‘퇴치 불능의 잡초’라고 써 놓았습니다. ㅠㅠ

안면도수목원에서 꽃이 핀 서양금혼초.


서양금혼초는 민들레아재비라고도 부르는 유럽 원산의 국화과 식물인데, 1980년대 제주도에 상륙해 엄청난 번식력으로 세력을 확장해가는 종입니다. 꽃은 민들레 비슷하게 생겼지만 꽃대가 30-50㎝ 정도로 길어서 금방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잎은 민들레 잎 모양과 비슷하고, 길이 약 5㎝, 폭 약 2㎝로 깊게 갈라져 있고 양면에 털이 있습니다. 땅에 바짝 붙이고 있는 것이 결각이 있는 질경이 잎 같다는 느낌도 줍니다.

안면도수목원에서 자라는 서양금혼초. 벌써 씨앗이 퍼지기 직전인 것도 많다. 


5~6월 제주도 도로를 달리다 보면 길 양쪽에 키가 큰 민들레처럼 보이는 꽃이 끝도 없이 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꽃이 서양금혼초입니다. 강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도심 공원, 도로변, 잔디밭은 물론 해안변, 오름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 개체가 1년에 2000여 개 이상의 씨앗을 뿌리는데, 민들레처럼 씨가 바람에 날려 빠르게 퍼집니다. 뿌리를 내리면 빈틈없이 빽빽하게 자라 서식지를 잠식합니다. 여러해살이풀이니 한번 뿌리를 내리면 뽑을 때까지 계속 있겠지요. 당연히 제주 고유식물의 생육을 방해하고, 지역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꽃이 제주도 500m 이하 초지를 점령했는데 한라산까지 올라가는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제주도 비자림 앞에서 본 서양금혼초. 


제주시는 5~6월 개화시기를 맞아 올해 예산 4000만원을 투입해 서양금혼초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정도 예산으로는 어림없지 않나 싶습니다. 제주도는 지난해엔 우도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서양금혼초 제거 사업을 했다고 합니다.

서양금혼초는 잎이 땅바닥에 납작 붙어 있어서 예초기로도 제거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예초기를 쓰면 오히려 다른 풀만 제거하고 서양금혼초만 남기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호미 등으로 뿌리째 캐내야 제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서양금혼초는 다른 식물들을 함께 살지 못하게 하는 타감작용이 강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서양금혼초가 제주도를 점령하고 목포 등 내륙에 상륙해 퍼지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어느새 안면도까지 진출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안면도수목원 외에도 제가 찾은 안면도 방포항 인근, 기지포해수욕장 근처 등에서도 드문드문 서양금혼초를 볼 수 있었습니다. 서둘러 제거작업을 하지 않으면 급속도로 퍼질 것 같았습니다.

안면도수목원에 퍼지고 있는 서양금혼초.


안면도수목원이 이미 씨앗을 맺은 것도 제거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서양금혼초의 위험성을 잘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가만있을 수 없어서 안면도수목원에 전화해 서양금혼초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제거작업을 서둘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담당자가 놀라며 알았다고 했으니 다음에 가면 서양금혼초가 보이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식물은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가시상추, 갯줄풀, 영국갯끈풀, 환삼덩굴, 마늘냉이 등 현재 16종입니다. 개망초·망초 등 다른 식물들도 널리 퍼져 있지만 생태계 교란 식물은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식물’로 좀 다릅니다. 사람이나 토종 생물에게 큰 피해를 줄 우려가 있을 경우 지정하고 있습니다.

교통표지판을 뒤덮은 가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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