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원추리와 노랑원추리, 누가 더 곱나요 ^^

우면산 2020. 6. 1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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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경의선숲길을 산책하는데 앞에서 연한 노란색 원추리가 천천히 흔들렸다. 밤에 피는 노랑원추리<아래 사진>였다. 마치 ‘나를 안 보고 그냥 지나갈 수는 없을걸’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6개로 갈라진 꽃덮이를 있는 힘껏 벌린 것이 도발적이기까지 했다. 꽃줄기 아래쪽은 피고 위쪽은 아직 몽우리로 남아 있는, 가장 예쁠 때였다. ^^

 

한밤에 만난 노랑원추리.

 

 

노랑원추리는 오후 늦게 꽃이 피고 다음날 오전에 진다. 그러니까 박꽃이나 달맞이꽃처럼 밤에 피는 꽃이다. 북한에선 저녁에 핀다고 저녁원추리라고 부른다. 그래서 노랑원추리를 담으려면 오후 5시쯤이 제일 좋다. 꽃은 피고 아직 해는 지지 않았을 때다. 아래 사진이 오후 5시쯤 담은 것이다.

 

노랑원추리. 오후에 피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지는 꽃이다. 꽃이 연한 노란색이다.

 

노랑원추리가 핀 것을 보니 원추리의 계절이 시작됐다. 원추리는 명실상부한 여름꽃의 대표 중 하나다. 여름꽃을 얘기할 때 원추리를 빼놓을 수는 없다.

 

 

아침에 진한 노란색 꽃이 피었다가 저녁에 시드는 것이 그냥 원추리다. 우리 산과 들에서 흔하게 자생하는 백합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없이, 잎이 아래쪽에서부터 서로 포개져 부챗살처럼 올라오면서 양쪽으로 퍼진다. 그 사이에서 긴 꽃대가 올라와 다시 여러 갈래로 갈라져 꽃송이를 매단다.

 

꽃은 여름이 시작하는 6월부터 시작해 8월까지 볼 수 있다. 원추리는 아름다운 꽃과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그래서 요즘에는 도심 공원이나 길가 화단에서도 원추리를 흔히 볼 수 있다.

 

원추리. 꽃이 진한 노란색이다.

 

어릴 적 우리 밭으로 가는 길가에는 여름마다 노란 원추리가 피었다. 그래서 야생화하면 늘 떠오르는 꽃이 원추리였다. 원추리는 내 마음속 첫 야생화인 셈이다. 짓궂기만 했던 그 시절에도 원추리가 너무 예뻐서 한 번도 꽃을 따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노랑원추리(왼쪽)과 원추리(오른쪽). 나란히 있으니 색감 차이가 확연하다.

 

도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꽃이 좀 크고 주황색 꽃이 피는 왕원추리다. 왕원추리는 6월 하순부터 피기 때문에 좀 있어야 볼 수 있다. 한강공원이나 도심 넓은 공터에 왕원추리를 대규모로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중국 원산으로 관상용으로 들여온 것이다. 전에는 홑꽃을 홑왕원추리, 겹꽃을 왕원추리로 구분했으나 10여년전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홑왕원추리라는 이름이 사라졌다. 둘을 통합해 왕원추리라고 부르기로 한 것이다.

 

왕원추리. 주황색 꽃이 핀다.

 

원추리라는 이름 유래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중국 이름인 훤초(萱草)에서 왔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 있는 것 같다. ‘훤초’가 ‘원초’로 바뀌고 접미사 '리'가 붙으면서 '원추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민간에서는 꽃을 말려 몸에 지니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어 득남초라는 별명도 있다. 이 속설은 원추리 꽃봉오리가 아기의 고추를 닮았기 때문에 생겼을 것이다. 또 근심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운 꽃이라고 망우초(忘憂草)라고도 불렀다. 영어 이름은 한송이의 수명이 하루라고 데이릴리(Day lil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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