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저 분홍색 조팝, 연하면 참조팝, 진하면 일본조팝

우면산 2020. 6. 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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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조팝나무들은 다 졌지만 이제 여름 조팝나무 종류들이 한창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여름 조팝나무는 참조팝나무, 일본조팝나무, 꼬리조팝나무입니다. 이들 세가지는 모두 붉은색 계열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습니다. 봄 조팝나무 종류들은 대체로 흰색 계열이었죠.

 


먼저 우리 자생종인 참조팝나무입니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지리산까지 자랍니다. 흰 꽃잎에 가운데만 연분홍색입니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흰색에서 분홍색의 중간 정도의 톤입니다. 자생종이니까 산에 가면 볼 수 있는데, 공원이나 화단에 옮겨 심어 놓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식물 이름에 ‘참’자가 붙으면 ‘정말 좋다’ ‘진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개’자가 붙으면 ‘더 볼품 없다’는 뜻이죠. ^^

 

참조팝나무. 꽃잎이 흰색이고 가운데가 분홍색이다.

 

다음은 일본조팝나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 관상수로 들여온 것인데, 잎 모양 등으로는 참조팝나무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꽃을 보면 구분 가능한데, 꽃잎이 진한 분홍색이고 가운데는 붉은색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진한 분홍색에서 붉은색 톤입니다. 그러니까 꽃잎은 흰색이면 참조팝나무, 꽃잎이 분홍색이면 일본조팝나무입니다.

 


일본 조팝나무는 도입종이기 때문에 당연히 산에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공원에 가면 참조팝나무보다 일본조팝나무를 휠씬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일본에서 일본조팝나무를 원예종으로 잘 개량했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꽃색이 일본조팝나무가 참조팝나무보다 더 화사한 면도 있습니다. 삼색조팝나무, 황금조팝나무라고 부르는 것은 일본조팝나무를 개량한 품종들이라고 합니다.

 

일본조팝나무. 꽃잎이 붉은색 또는 분홍색이다.

 

다음은 꼬리조팝나무. 이 꽃도 지리산 이북 산골짜기에서 자라는 우리 자생종입니다. 그런데 꽃이 아름다워 공원이나 화단에도 많이 심어 놓았습니다. 꼬리조팝나무는 좀 있어야 핍니다. 참조팝이나 일본조팝은 공 모양으로 피는데, 꼬리조팝나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진한 분홍빛 꽃이 꼬리처럼 모여 달립니다.

 

꼬리조팝나무. 꽃차례가 꼬리 모양이다. ⓒ알리움

 

참고로 조팝이라는 이름은 햐얀 꽃잎에 노란 꽃술이 박힌 것이 좁쌀로 지은 조밥 같다고 붙인 것입니다. 조밥을 연상시킬만큼 작은 꽃들이 뭉쳐 달립니다. 그래서 조팝나무는 ‘신부의 화관(bridal wreath)’이라는 멋진 영어 이름을 가졌습니다. 그러고보니 조팝나무꽃을 보고 하얀 드레스를 입은 5월의 신부를 연상할 수도 있겠네요. 조팝나무꽃이 피었을때 가지를 떼어 화관을 만든 다음 머리에 쓰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난달 퇴임한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이 바로 이 조팝나무속 식물들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 전 원장은 “학위 논문 대상을 조팝나무로 삼은 것은 조팝나무의 무한한 개발 가능성이 눈앞에 보이는데, 벚나무류처럼 우리 조팝나무들이 제대로 정립되기 전에 서양 품종들이 이 땅에 들여와 사방으로 퍼져나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우리 나무 백 가지’)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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