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꽃맹 탈출] 꽃 공부의 시작, 민들레와 서양민들레 구분

우면산 2020. 6. 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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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전국 각지의  길가 빈터 등에서 자랍니다. 흙이 조금만 있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지요. 하지만 정확히는 틀린 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그냥 민들레가 아니라 서양민들레이기 때문입니다. ^^

 


토종 민들레와 서양민들레를 구분하는 것은 꽃 공부의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꽃을 아래에서 감싸는 부분을 총포라고 하는데, 서양민들레는 이 총포 조각 일부가 아래로 젖혀져 있지만, 토종 민들레는 총포 조각이 위로 딱 붙어 있습니다. 혹시 민들레 꽃대를 젖혀보는 사람이 있다면 민들레인지 서양민들레인지 확인하는 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토종) 민들레. 총포 조각이 야무지게 잘 붙어 있다.

 

그런데 요즘 민들레처럼 생긴 것을 보면 대부분 총포 조각이 아래로 젖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서양민들레는 1910년쯤 들어온 귀화식물입니다. 그런데 왕성한 번식해 민들레가 있어야 할 자리를 먼저 차지하는 바람에 토종 민들레는 점점 줄어든 것입니다. 요즘엔 아예 서울 등 도심에서는 토종 민들레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서양민들레. 바깥쪽 총포 조각이 아래로 젖혀져 있다.

 

서양민들레가 토종 민들레를 밀어내고 세력을 키울 수 있는 이유는 왕성한 번식력 때문입니다. 토종 민들레는 4~5월 한번만 꽃이 피지만, 서양민들레는 봄부터 초가을까지 여러 번 꽃을 피워 번식할 수 있습니다. 꽃송이 하나당 맺히는 씨앗의 숫자도 서양민들레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시골에서도 토종 민들레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다행히 서양민들레와 민들레 사이에는 교잡이 일어나지 않아 (토종) 민들레라는 종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꽃 색깔이 하얀 흰민들레도 있는데, 역시 토종입니다. 의외로 흰민들레는 시골에 가면 좀 볼 수 있습니다. 약으로 쓴다고 일부러 기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토종 민들레 중에서, 총포 조각의 끝에 삼각형 모양의 돌기가 없는 산민들레도 있습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로 산에서 자라는 종입니다.

 

흰민들레

 

민들레는 영어로 댄딜라이언(dandelion)으로, 사자의 이빨이란 뜻입니다. 잎에 있는 톱날처럼 생긴 결각 때문에 붙은 이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들레는 꽃대 하나가 한 송이 꽃처럼 보이지만, 실은 수십개의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있는 것입니다. 국화과 식물의 특징이죠.

 

민들레에 얽힌 오해 중 하나가 ‘홀씨’라는 단어입니다. ‘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80년대 대중가요 때문인지 사람들이 흔히 ‘민들레 홀씨’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홀씨는 식물이 무성 생식을 하기 위해 형성하는 생식 세포를 말합니다. 따라서 홀씨는 고사리 같이 무성생식을 하는 식물에나 맞는 표현입니다. 엄연히 수술과 암술이 있는 민들레는 홀씨가 아니라 꽃씨 또는 씨앗이라고 해야 맞겠죠.

 

‘민들레처럼’이란 민중가요가 있습니다. 좌절을 느끼거나 자존심 상해도 참아야 할 일이 있을 때,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대도 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라는 대목을 들으면서 위안을 얻을 때가 있습니다. 이 노래에는 투혼, 해방 같은 직설적인 운동권 용어도 나오지만 그냥 서정적인 노래로 들어도 괜찮습니다. 이 노래 가사와 노래패 ‘꽃다지’가 ‘민들레처럼’을 부르는 공연 실황 링크를 걸며 글을 마칩니다. ^^

 

민들레 꽃처럼 살아야 한다/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무수한 발길에 짓밟힌 대도/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내가 가야 할 저 투쟁의 길에/온몸 부딪히며 살아야 한다/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 지라도/결코 빛나지 않을 지라도/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아~ 민들레 뜨거운 가슴/수천 수백의 꽃씨가 되어/아~ 해방의 봄을 부른다/민들레의 투혼으로

 

https://www.youtube.com/watch?v=lt9JJzRQIQ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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