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꽃맹 탈출] 메꽃은 우리꽃, 나팔꽃은 귀화종

우면산 2020. 6. 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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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려서부터 삼시 밥 외의 군것질거리와 소일거리를 스스로 산과 들에서 구했다. 삘기, 찔레순, 산딸기, 칡뿌리, 메뿌리, 싱아, 밤, 도토리가 지천이었고.”

 

박완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중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대목입니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식물 중에서 주로 싱아가 주목을 받았는데, 오늘은 메뿌리, 그러니까 메꽃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메뿌리는 무엇일까요. 나팔꽃과 비슷한 꽃으로 우리 고유종인 메꽃이 있는데, 메꽃의 뿌리를 ‘메’라고 했습니다. 메에는 전분이 풍부해 기근이 들 때 구황식품으로 이용했답니다. 메뿌리를 생으로 먹으면 단맛이 돌고, 쪄서 먹으면 군밤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하는데, 실제로 먹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마침 막 메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말 자전거를 타고 한강공원을 지났는데, 곳곳에 연분홍 메꽃이 한창이었습니다. 여러 번 내려서 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

 

우리 고유종인 메꽃. 꽃은 연분홍색이고, 잎은 창과 같이 생긴 긴 타원형이고 끝이 뾰족하다.

 

메꽃은 나팔꽃과 비슷하게 생겨 많은 사람들이 나팔꽃으로 착각하는 꽃입니다. 사람들이 메꽃보다 나팔꽃을 더 잘 알지만 메꽃이 더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살아온 원조 우리꽃입니다.

 

반면 나팔꽃은 인도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입니다. 메꽃은 심지 않아도, 가꾸지 않아도 길가나 들판에서 저절로 자라서 꽃을 피웁니다. 나팔꽃 색깔은 주로 빨간색 또는 짙은 보라색이지만, 메꽃은 연한 분홍색이라 은근해서 좋습니다.

 

나팔꽃과 메꽃은 꽃 색깔만 아니라 잎으로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나팔꽃 잎은 심장 모양이 3개로 갈라지는 형태이고, 메꽃 잎은 창과 같이 생긴 긴 타원형이고 끝이 뾰족합니다. 또 나팔꽃은 한해살이풀이지만 메꽃은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즉 나팔꽃은 씨가 있어야 나지만, 메꽃은 씨를 뿌리지 않아도 봄이면 뿌리줄기에서 새싹이 올라오는 것입니다.

 

나팔꽃. 나팔꽃 잎은 심장 모양이 3 개로 갈라지는 형태다.

 

나팔꽃은 이처럼 사람들이 화단이나 담장 근처 등에 심어 가꾸는 꽃입니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꽃잎을 오므립니다. 햇빛을 좋아하므로 양지바른 곳에 막대 등을 설치하면 잘 감고 올라갑니다. 생명력과 씨앗의 발아력이 아주 강한 식물이라 꽃씨를 뿌리면 다음 해 봄 거의 어김없이 나팔꽃이 올라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팔꽃과 비슷하지만, 3개로 갈라진 잎이 아주 깊게 파인 미국나팔꽃, 잎이 파이지 않고 그냥 심장 모양인 둥근잎나팔꽃도 있습니다. 또 메꽃과 비슷한 꽃으로, 바닷가에 피는 갯메꽃이 있습니다. 메꽃처럼 같은 연분홍 꽃을 피우는데 잎은 둥근 콩팥(또는 하트) 모양입니다. 이 블로그 대문 사진이 바로 동해안 맹방해변에서 담은 갯메꽃입니다. 예쁘죠? ^^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드리고 메꽃 종류별 구분, 나팔꽃 종류별 구분은 따로 전해드릴 기회를 갖겠습니다.

 

갯메꽃. 꽃은 메꽃과 비슷한데 잎이 둥근 콩팥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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