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를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저는 ‘꽃의 작가’를 추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우선 그의 소설에는 싱아·능소화·박태기나무꽃 등 많은 꽃들이 등장하는 데다 꽃에 대한 묘사, 특히 꽃을 주인공 성격이나 감정에 이입하는 방식이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소설이 ‘친절한 복희씨’입니다. 이 소설만큼 박태기나무 꽃의 특징을 잘 잡아내 묘사한 소설을 보지 못했습니다. 주인공 할머니는 결혼 전 가게에서 식모처럼 일할 때, 가게 군식구 중 한 명인 대학생이 자신의 거친 손등을 보고 글리세린을 발라줄 때 느낀 떨림의 기억이 있습니다. 버스 차장을 목표로 상경한 순박한 시골 처녀가 처음 느낀 떨림을 박태기꽃에 비유해 어쩌면 이렇게 생생하게 그릴 수 있을까요. 작가의 이 표현으로, 박태기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