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꽃의 작가’ 박완서, 엄마의 꽃은 무엇을 골랐을까?

우면산 2021. 6. 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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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를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저는 꽃의 작가를 추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우선 그의 소설에는 싱아·능소화·박태기나무꽃 등 많은 꽃들이 등장하는 데다 꽃에 대한 묘사, 특히 꽃을 주인공 성격이나 감정에 이입하는 방식이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소설이 친절한 복희씨입니다. 이 소설만큼 박태기나무 꽃의 특징을 잘 잡아내 묘사한 소설을 보지 못했습니다. 주인공 할머니는 결혼 전 가게에서 식모처럼 일할 때, 가게 군식구 중 한 명인 대학생이 자신의 거친 손등을 보고 글리세린을 발라줄 때 느낀 떨림의 기억이 있습니다.

 

<나는 내 몸이 한 그루의 박태기나무가 된 것 같았다. 봄날 느닷없이 딱딱한 가장귀에서 꽃자루도 없이 직접 진홍색 요요한 꽃을 뿜어내는 박태기나무. 내 얼굴은 이미 박태기꽃 빛깔이 되어 있을 거였다. 나는 내 몸에 그런 황홀한 감각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박태기나무 꽃.

 

버스 차장을 목표로 상경한 순박한 시골 처녀가 처음 느낀 떨림을 박태기꽃에 비유해 어쩌면 이렇게 생생하게 그릴 수 있을까요. 작가의 이 표현으로, 박태기나무 꽃은 화단의 흔하디 흔한 꽃에서 문학적인 상징을 갖는 꽃으로, ‘황홀한 감각을 숨긴 꽃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럼 꽃의 작가박완서는 엄마의 꽃으로는 무슨 꽃을 골랐을까요? 저는 이 꽃을 찾기위해 우선 작가가 엄마의 관점에서 쓴 소설 엄마의 말뚝연작을 읽어보았습니다. ‘엄마의 말뚝1’ 1980, ‘엄마의 말뚝2’는 1981년 발표한 작품이고, ‘엄마의 장례를 다룬엄마의 말뚝3’는 1991년 발표했습니다. 작가가10여 년을 두고 차례로 발표한 작품인데도 하나의 작품으로 쓴 것처럼 잘 이어지면서 엄마의 일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1981엄마의 말뚝2’로 이상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말뚝연작을 몇 번 읽었지만 마땅한 꽃을 찾지 못했습니다. 소설 초반에 살구나무, 토종국화 등이 나오긴 하지만 고향 박적골의 상징으로는 몰라도 엄마의 상징은 아니었습니다.

 

구리 인창도서관 2층 '박완서자료실'에 있는 박완서 작가 사진.

 

한참 후에야엄마의 말뚝이 아닌 다른 소설에서 엄마를 상징할만한 꽃을 찾았습니다. 바로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였습니다. 그 소설에서 6·25 발발 직전, 박완서와 엄마가 오빠가 근무하는 고양중학 사택을 둘러갔을 때 장면이 있습니다.

 

<엄마는 집은 보는 둥 마는 둥 먼저 텃밭으로 들어갔다.

한참이나 밭고랑에 쭈그리고 앉았기에 나는 엄마가 거기서 오줌을 누는 줄 알고 일부러 딴 데를 보았다. 한참 있다가 돌아다보았더니 어린애처럼 흙을 주무르고 있었다. 나하고 시선이 마주치자 감자꽃처럼 초라하고 계면쩍게 웃으면서 중얼거렸다.

“난 하루라도 빨리 여기 살고 싶구나. 땅이 어쩌면 이렇게 거냐? 세상에 이 좋은 땅을 이대로 놀리다니.”>

 

감자꽃.

 

이 장면 바로 뒤에 6·25가 터지면서 이사를 포기했을 때나는 불현듯 텃밭 사이에서 감자꽃처럼 웃던 엄마 생각이 나면서 가슴이 깊이 아렸다도 문장이 있습니다.

 

이 정도면 감자꽃은 엄마를 상징하는 꽃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박완서도 엄마의 꽃이니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지 않았을까요? 마침 요즘이 감자꽃이 피는 계절입니다. 감자꽃은 5~6월 흰색이나 옅은 보라색으로 피는 소박한 꽃입니다. ^^

 

 

◇'꽃의 작가' 박완서 관련해 더 읽을거리

 

-황홀한 감각, 홍자색 박태기나무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 

 

-박완서 소설 무엇부터 읽을까? 10주기에 추천하는 베스트5 

 

-박완서 작가가 분꽃을 가장 좋아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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