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식물학자의 노트’, 식물 전공한 세밀화가가 쓴 책은 뭐가 다를까?

우면산 2021. 10. 2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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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노트를 쓴 신혜우 작가는 경력이 특이하다. 다른 식물 세밀화가들은 그림에서 출발해 식물 일러스트로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식물학에서 출발해 식물 일러스트를 겸하고 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식물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식물에 대한 지식이 깊고 탄탄해 이 책을 읽고 새로 또는 자세히 안 것들이 적지 않다. ^^

 

먼저 우리가 흔히 보는 은행나무, 소철, 메타세쿼이아는 야생에서는 거의 멸종했다는 것을 알았다우리에게 은행나무는 너무 흔한 나무지만 “야생 은행나무는 중국 저장성 등 일부 지역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개체 수가 200 그루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은행나무를 적색목록에 멸종위기 종으로 올렸다.

 

'식물학자의 노트' 표지.

 

흔히 화분에 분재로 가꾸는 소철도 은행나무와 비슷한 운명에 처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소철도 적색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메타세쿼이아속 종들이 더 있었지만 이들도 다 멸종했고 메타세쿼이아 한 종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더구나 야생 메타세쿼이아는 심각한 벌채로 개체 수가 줄어들어 현재 야생에서는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사람들이 흔히 키우는 몬스테라 잎이 왜 찢어져 있는지도 이 책을 보고 이해했다.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몬스테라는 다른 큰 나무를 타고 오르는 덩굴식물인데, 위쪽에 달린 잎은 아래쪽 잎에도 햇빛이 통과할 수 있게 찢어져 있다는 것이다. 또 구멍 사이로 비와 바람이 통과해 거센 비바람을 효율적으로 피할 수 있다. 반면 아래쪽 잎은 그럴 필요가 없어서 찢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몬스테라.

 

전 세계 국화과 식물은 약 3 2000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사는 식물이 4000종 안팎인데 우리나라 전체에 사는 식물 종 수보다 한참 많은 것이다. 국화과 식물이 이렇게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중요한 비결이 있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첫째, 많은 꽃이 모여 하나의 큰 꽃처럼 보여 수분 매개자들을 쉽게 유혹할 수 있고, 수정도 한번에 많이 할 수 있다. 둘째, 관모가 씨앗을 멀리 날아가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동물이 씨앗을 삼키는 것을 방해해 생존력을 높였다고 한다. 상추가 국화과 식물이라는 것도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

 

만드라고라(영어는 맨드레이크)라는 식물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영화해리 포터시리즈와 셰익스피어 작품에도 이 식물이 나오는데, 아래 사진처럼 뿌리 모양이 꼭 사람을 닮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동서양에서 불길한 미신과 전설에 종종 언급되는 식물이라고 한다. 서양 전설에 따르면 이 식물 뿌리를 뽑으면 비명을 지르고 뽑은 사람을 죽게 만든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약초로도 사용했지만 뿌리에 환각, 환청을 유발하는 물질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식물이라고 한다.

 

만드라고라. 런던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해리포터관에 전시한 것이다. ⓒ위키피디아.

 

비슷비슷한 식물 책만 읽다가 식물학자가, 그것도 식물 일러스트를 그리는 식물학자가 쓴 책을 읽으니 영양가 풍부한 음식을 먹은 듯 뿌듯하다. 얼마전 ‘덕수궁식물지도’를 소개했는데, 이 식물지도를 그린 사람이 신혜우 작가다. 책을 읽으면서 산수국·참나무겨우살이·녹나무 등의 아름다운 식물 일러스트를 보는 것도 좋았다. 대흥란 일러스트를 보니 7~8년 전 경북 문경으로 대흥란을 보러 갔다가 길을 잃고 가시덤불 속을 헤맨 기억이 떠올랐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곁에 두고 참고할 것이 많을 것 같아 인터넷서점에 주문했다. ^^

 

대흥란. 희귀종인 이 꽃을 보러 갔다가 길을 잃을 적이 있다. ^^ 

 

다만 영종대교를 건널 때 염생식물이 퉁퉁마디라고 써 놓은 점(실제로 보면 해홍나물이 대부분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추천하는 이름인 불두화 대신 이명 중 하나인 수국백당을 쓴 점 등은 아쉬운 부분이다.

 

퉁퉁마디. 건강식품이라고 마구 채취해 잘 살펴야 몇 개체 볼 수 있다. 

 

 

◇더 읽을거리

 

-덕수궁식물지도에서 스토리 있는 나무 세 가지 

 

-김연수 단편 ‘세상의 끝 여자친구’, 메타세쿼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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