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김연수 단편 ‘세상의 끝 여자친구’, 메타세쿼이아

우면산 2020. 11.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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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단편 ‘세상의 끝 여자 친구’에는 요즘 가로수로 많이 심고 있는 메타세쿼이아가 나오고 있다. 이 소설은 젊은 나이에 죽은, 시인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화자는 어느 6월 도서관 게시판에서 ‘세계의 끝 여자 친구’라는 제목의 시를 읽는다. 시인이 걸어가는 길의 끝에 메타세쿼이아 한 그루가 서 있는데, 거기가 바로 세계의 끝이라는 내용의 시였다. 시인은 사랑하는 여자 친구를 데리고 세계의 끝까지 가고 싶었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여서 차마 함께 도망가자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둘이서 함께 갈 수 있었던 가장 먼 곳이 호수 건너편 메타세쿼이아 나무였다.

 

 

시인은 암으로 죽어가고 있었고, 그녀에게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편지에 써서 그녀와 함께 간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 묻어놓았다. 화자는 이같은 사실을 시인이 기증한 책 ‘메타세쿼이아, 살아있는 화석’에 있는 메모와 시인의 고교 국어교사였던 할머니 ‘희선씨’를 통해 안다. 화자와 희선씨는 함께 메타세쿼이아 아래서 그 러브레터를 꺼내 시인의 여자 친구에게 전해주기로 하는 내용이다. 이 소설에서 메타세쿼이아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상징하고 있다.

 

메타세쿼이아. 일산 호수공원.

 

메타세쿼이아에 대해서는 이 소설에도 자세히 나와 있다. 이 나무는 백악기에 공룡과 함께 살았던 나무였는데 빙하기를 거치면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1940년대 중국의 한 나무학자가 쓰촨(四川)성 동부 작은 마을에 있는 거대한 나무의 표본을 보고 메타세쿼이아임을 직감했다. 이 나무는 워낙 성장 속도가 빠르고 형태도 아름다워 전 세계로 보급됐다.

 

단풍 든 메타세쿼이아. 국립수목원.

 

 지금은 우리나라 곳곳에도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고, 메타세쿼이아를 가로수로 심은 곳도 많다. 서울 서대문 안산에는 메타세쿼이아숲이 있고, 난지도공원 메타세쿼이아 숲도 명소로 떠올랐다. 강서구청 앞 화곡로, 양재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도 유명하다.

 

 

메타세쿼이아는 낙우송과 비슷하게 생겼다. 낙우송은 잎이 어긋나게 달리지만 메타세쿼이아는 잎이 마주나게 달리는 점이 다르다. 잎이 달린 가지도 마찬가지다. 낙우송은 밑동 주변에 목질의 공기뿌리(기근)가 혹처럼 솟는 것이 특징이므로 기근이 보이면 낙우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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