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갈매나무 &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관람 후기

우면산 2020. 11. 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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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보았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공연 본 얘기는 처음 쓰는 것 같습니다. ^^

 


시인 백석의 동명 시를 모티브로 창작한 뮤지컬인데, 백석과 기생 ‘자야’의 사랑 이야기를 극화한 것입니다. 서울 충무아트센터 중극장에서 내년 1월까지 공연합니다. 2015년 초연을 선보였고 반응이 좋아 이번이 세 번째 시즌이라고 합니다. 

 

뮤지컬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포스터

 

백석과 자야 그리고 작품의 안과 밖에서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사내 3명이 이끌어가는 소규모 무대였습니다소품이나 무대도 단출했는데백석의 시들을 매달아 놓은 장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토리는 좀 어수선했지만 출연자들이 연기를 잘해서인지 제법 뭉클했습니다. ^^ 제가 본 공연은 백석 역은 강필석, 자야 역은 이하나, 사내 역은 윤석현이었습니다. 특히 자야 역 연기가 좋았습니다.

 

백석의 시를 매달아 놓은 뮤지컬 무대 장치. '나타샤'라는 단어가 많이 보인다. ^^

 

백석(1912~1996) 은 1936년 함흥 영생여고보 회식에서 만난 한 기생과 사랑에 빠집니다. 백석은 이 기생을 ‘자야’라 부르며 서울 청진동에서 잠시 동거하기도 했지만 39년 백석이 만주로 떠나며 헤어집니다. 이후 두 사람은 분단으로 영영 만날 수 없었습니다. 자야는 요정 대원각을 운영하다 1996년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기부해 길상사로 만듭니다. 자야가 바로 김영한(1916~1999)씨였습니다.

 

김영한씨가 대원각을 기부할 때 "대원각 가치가 1000억 정도인데 아깝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1000억이 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고 말한 것도 유명한데, 이 장면도 뮤지컬에 나옵니다. ^^

 

제가 가장 관심있게 본 것은 공연 내에서 갈매나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였습니다. 이 나무는 1948년 백석이 남한 문단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시이자 대표작 중 하나인 ‘남(南)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나오는 나무입니다.

 

시는 화자의 고독과 외로움을 나타낸 작품인데, 마지막 부분에 ‘아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 배우지 못한 시인데, 요즘 고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어서 딸들도 알고 있었습니다. 백석이 해방 직후 만주를 헤매다 신의주에 도착했을 즈음 쓴 시인데, 백석은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외롭게 눈을 맞고 서 있는 갈매나무로 표현했습니다. 신경림 시인은 책 ‘시인을 찾아서’에서 “이 갈매나무야말로 백석의 모든 시에 관통하는 이미지”라고 했습니다.

 

갈매나무 열매와 가시. 가지 끝이 가시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시가 나온 이후 갈매나무가 도대체 어떤 나무이기에 백석이 드물다, 굳다, 정하다 등 형용사를 세 개나 붙였을까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은 갈매나무 사진만 보여드리고 갈매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조만간 다시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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