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은 박완서 작가의 별세 11주기입니다. 작가는 2011년1월 22일 담낭암으로 별세했습니다. 작가는 1970년 ‘나목’으로 데뷔한 이후 40년간 15편의 장편과 10여 권의 소설집을 냈고 산문집도 적지 않게 출간했습니다. 박완서에 관심이 있더라도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고르기가 쉽지 않겠지요. 이 글은 그런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
우선 소설은 장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장편 ‘그 남자네 집’,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 등 3권을 골랐습니다. 먼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박완서 문학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니 제일 먼저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
이 소설은 작가가 코흘리개 시절부터 스무 살 대학생으로 6·25를 겪기까지 과정을 담은 소설입니다. 작가가 “순전히 기억력에만 의지해서 써 보았다”고 할 정도로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글입니다. 처음엔 성장소설 같은 분위기지만 6·25가 발발하면서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면서 전쟁이 가져온 비극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그 남자네 집’입니다. 이 소설은 박완서가 첫사랑을 그린 자전적 소설입니다. 2004년, 그러니까 작가가 74세였을 때50여 년 전 첫사랑의 기억을 더듬어 쓴 소설이죠. 작가는 이 소설에서 첫사랑의 설렘과 열정을 매혹적인 문장으로 그려냈습니다. 박완서의 완숙하고, 나아가 어떤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글쓰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친절한 복희씨’는 2007년 10월 발표한 소설집입니다. 작가가 별세하기 4년 전 낸 소설집으로, 그 이후에도 단편을 몇 편 더 발표하긴 했지만 온전한 소설집으로는 이 책이 마지막입니다. 작가는 나이가 들수록 완숙하고 어떤 경지에 이른 글쓰기를 보여주는데, 그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소설집입니다. ‘친절한 복희씨’ 외에도 ‘그리움을 위하여’, 거저나 마찬가지’, ‘촛불 밝힌 식탁’, ‘대범한 밥상’ 등 주옥같은 박완서 단편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산문집은 뭘 골라야 할지 고심하다가 ‘호미’를 골랐습니다. 작가가 마지막 13년을 보낸 구리 아치울마을 노란집에서의 삶과 통찰을 담은 산문집입니다. 에세이를 읽으면 소설에서 접하기 어려운 작가의 진솔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대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챕터는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이고 그중에서도 ‘꽃 출석부1~2’입니다. ^^ 작가의 산문을 선별해 묶은 책도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꽃 출석부’를 넣지 않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를 추천합니다. ^^ 이 책은 박완서 소설에서 꽃이 상징 또는 주요 소재로 나온 소설을 골라 어떤 대목에 꽃이 나오는지, 그 소설에서 꽃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 꽃은 어떤 꽃이고 비슷한 꽃은 어떤 꽃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책입니다.
이 책엔 데뷔작 ‘나목’부터 노년에 발표한 소설집 ‘친절한 복희씨’까지 골고루 들어 있어서 박완서 소설에 대한 개론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박완서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그것도 통째로 드러내는 데서 문학적 힘을 얻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 박완서 생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남자네 집’, ‘친절한 복희씨’는 물론 꽃이 나오지는 않지만 주제 또는 소재가 비슷해 소개한 소설까지 박완서 소설 대략 35편 정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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