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두근두근 내인생’ 아름이가 도라지꽃을 바탕화면에 깐 이유는?

우면산 2021. 6. 2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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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꽃이 막 피기 시작했다. 아래 동영상처럼, 하나는 막 벌어지기 시작하고 다른 하나는 아직 꽃잎을 다물고 있는 도라지 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이 글을 쓴다. ^^

 

막 피기 시작한 도라지꽃.

 

도라지는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전국의 산에서 볼 수 있으며, 일본과 중국에도 분포하는 식물이다. 도라지 꽃은 68월 보라색 또는 흰색으로 피는데, 흰색과 보라색 사이에 중간색 같은 교잡이 없다는 것도 특이하다. 별처럼 다섯 갈래로 갈라진 통꽃이 기품이 있으면서도 아름답다. 우리가 흔히 보는 도라지 꽃은 밭에 재배하는 것으로, 나물로 먹는 것은 도라지 뿌리다.

 

도라지꽃.

 

김애란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다가 도라지꽃을 발견했다. 이 소설은 남들보다 빨리 늙는 조로증(早老症)에 걸린 열일곱살 남자아이 아름이가 투병하는 이야기다. 이 소설에서 도라지꽃은 두 번 나온다. 집안 형편상 더이상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없자 아름이는 성금 모금을 위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을 자청한다.

 

이를 계기로 골수암에 걸린 동갑내기 소녀 서하와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아름이는 이를 통해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어가고, 태어나 처음으로 이성에 대한 설렘을 느끼며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느날, 서하는 아름이에게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낸다.

 

<요 며칠 아빠랑 절에 있었어.

아빠가 요새 대체요법에 관심이 많거든.

근데 거기 스님이 나더러 도라지꽃같이 생겼다고 하더라.>

 

서하는 어떻게 생겼기에 스님이 도라지꽃 같다고 했을까. 아름이는 이 도라지꽃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얼마 후 다큐PD 승찬 아저씨가 문병을 왔을 때 노트북을 켜 둔 아름이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

 

<“근데 넌 바탕화면이 그게 뭐냐.

“뭐가요?

“걸그룹도 많은데 웬 도라지꽃이니. 늙은이같이.

“왜요, 뭐가 어때서요?>

 

도라지꽃 무리.

 

도라지꽃을 노트북 바탕화면에 깔 정도로 오매불망 서하 생각을 한 것이다. 도라지꽃이 다시 한번 둘 사이의 우정 또는 사랑의 상징으로 선명하게 드러나기를 바라며 소설을 읽었으나 작가는 더 이상 이 꽃을 등장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도라지꽃은 아름이가 유일하게 비밀을 나눈 아이, ‘첫사랑, 혹은 마지막 사랑’인 서하를 그리워할 때 등장한 꽃이어서 이 소설을 대표하는 꽃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가만히 보면 도라지꽃에는 세개의 별이 있다. 먼저 꽃이 벌어지기 직전, 오각형 꽃봉오리가 별 같이 생겼다. 도라지꽃은 개화 직전 누가 바람을 불어넣는 풍선처럼 오각형으로 부풀어 오른다. 이때 손으로 꾹 누르면 ‘폭’ 또는 ''하는 소리가 나면서 꽃이 터진다.

 

백도라지꽃.

 

두번째로, 꽃잎이 활짝 펼쳐지면 통으로 붙어 있지만 다섯 갈래로 갈라진 것이 영락없는 별 모양이다. 그런데 꽃이 벌어지고 나면 꽃잎 안에 또 별이 있다. 꽃 안쪽에 조그만 암술머리가 다섯 갈래 별 모양(맨 위 사진)으로 갈라진 채 뾰족이 내밀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2014년 강동원과 송혜교 주연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아쉽게도 영화에서는 도라지꽃에 얽힌 사연이 나오지 않았다. 누적 관객수 162만명으로,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라지꽃 관련해 더 읽을거리

 

-도라지는 왜 이름이 도라지일까? 

 

-「소나기」에 나오는 마타리꽃 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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