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도라지는 왜 이름이 도라지일까?

우면산 2020. 7.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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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산천에’ 피는 도라지가 요즘 서울 등 도심에서도 한창이다. 도라지꽃은 6∼8월 보라색 또는 흰색으로 피는데, 별처럼 다섯 갈래로 갈라진 통꽃이 기품이 있으면서도 아름답다.

 

일제강점기 문필가인 문일평은 꽃이야기 책 『화하만필(花下漫筆』(『꽃밭 속의 생각』으로 재발간)에서 “도라지꽃은 잎과 꽃의 자태가 모두 청초하면서도 어여쁘기만 하다”며 "다른 꽃에 비해 고요히 고립을 지키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적막한 빈산에 수도하는 여승이 혼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도라지꽃. 통꽃이 다섯 갈래로 갈라진 것이 별 모양이고, 꽃 가운데 암술머리도 다섯 갈래로 갈라져 있다.

 

도라지는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전국 산에서 볼 수 있으며, 일본과 중국에도 분포하는 식물이다. 보통 40~100㎝ 자라고 흰색 또는 보라색으로 피는데, 흰색과 보라색 사이에 중간색 같은 교잡이 없다는 것도 특이하다. 우리가 흔히 보는 도라지꽃은 밭이나 화단에 재배하는 것으로, 나물로 먹는 것은 도라지 뿌리다.

 

도라지꽃을 별에 비유하는 글이 많은데, 가만히 보면 도라지꽃에는 세 개의 별이 있다. 먼저 꽃이 벌어지기 직전, 오각형 꽃봉오리가 별같이 생겼다. 도라지꽃은 개화 직전 풍선처럼 오각형으로 부풀어 오른다. 이때 손으로 꾹 누르면 ‘폭’ 또는 '펑'하는 소리가 나면서 꽃이 터져 어릴 적 재미있는 놀잇거리 중 하나였다. 이 글 보고 도라지 꽃봉오리 보인다고 꾹 누르지 마시길. 꽃에는 치명적일 수 있으니까… ^^

 

도라지꽃 무리. ⓒ알리움

 

두번째로, 꽃잎이 활짝 펼쳐지면 통으로 붙어 있지만 다섯 갈래로 갈라진 것이 영락없는 별 모양이다. 그런데 꽃이 벌어지고 나면 꽃잎 안에 또 별이 있다. 꽃 안쪽에 조그만 암술머리가 다섯 갈래 별 모양으로 갈라진 채 뾰족이 내밀고 있는 것이다. 수술 꽃가루가 먼저 터져 날아간 다음에야 암술이 고개를 내미는데, 자기꽃가루받이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도라지꽃에는 여러 가지 꽃이야기가 있다. 그중 ‘도라지’라는 이름을 가진 예쁜 처녀가 뒷산에 나물을 캐려 갔다가 만난 총각을 사모하다가 상사병에 걸려 죽은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인지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다.

 

도라지는 왜 이름이 도라지일까. 위 꽃이야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도라지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피어난다. 김훈 소설 『내 젊은 날의 숲』에는 ‘도라지는 별처럼 피어난다. 색깔이 짙지 않지만, 특이하게도 눈에 잘 띄는 꽃이다. 멀리서 봐도, 고개를 옆으로 돌린 꽃들조차 나를 향해 피어 있었다’는 대목이 있는데, 옆으로 핀 도라지꽃을 묘사한 것이다. 고주환씨는 책 『나무가 청춘이다』에서 도라지꽃이 옆으로 ‘돌리며’ 피어나는 것이 이름의 유래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식물 이름 유래가 대개 그렇듯 정설은 없다.

 

도라지꽃이 개화하기 직전, 부풀어 오른 꽃봉오리가 산처녀의 봉긋한 가슴 같다는 사람도 있지만, 서양 사람들한테는 이게 풍선처럼 보인 모양이다. 그래서 도라지 영어 이름은 ‘Balloon flower(풍선꽃)’다.

 

벌어지기 직전의 도라지꽃. 서양에서는 이 모양이 풍선같다고 'Ballon flower'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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