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에나 닭의장풀이 한창입니다. 담장 밑이나 공터 등 그늘지고 다소 습기가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식물이라기보다는 그냥 잡초라고 불러야 더 어울리겠다 싶을 만큼 흔하게 자랍니다. 피는 시기도 7월쯤부터 시작해 늦가을인 10월까지입니다.
닭의장풀 꽃은 작지만 자세히 보면 상당히 예쁘고 개성 가득합니다. ^^ 우선 꽃은 포에 싸여 있는데, 포가 보트 모양으로 독특합니다<아래 사진>. 남색 꽃잎 2장이 부채살처럼 펴져 있고 그 아래 꽃술이 있는 구조입니다. 아래쪽에 꽃잎이 한 장 더 있지만 작고 반투명이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꽃잎 아래로 가운데부분에 샛노란 수술 4개가 있는데 꽃밥이 없어서 곤충을 유혹하는 역할만 합니다. 그 아래쪽에 길게 나온 세 개의 꽃술이 보이는데, 이중 가운데 것이 암술, 양 옆에 있는 것이 실제 수술이랍니다. 꽃이 지고나면 포에 밥알같이 생긴 열매가 생깁니다. 어릴 적 소꿉놀이할 때 쌀 대용으로 사용했었지요. ^^
혹시 닭의장풀이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달개비라는 이름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닭의장풀은 이 식물이 주로 닭장 주변에 자란다고, 달개비는 꽃이 닭의 볏을 닮았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랍니다. 그런데 국가식물표준목록은 닭의장풀을 추천명으로, 달개비는 이명(異名)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달개비라는 이름이 유명해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12월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와 만날 때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음식점 '달개비'를 이용한 뒤부터였습니다. 그래서 닭의장풀, 달개비를 보면 자연스럽게 문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
문 대통령은 그해 11월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도 달개비를 화제에 올리며 "신비롭고 예쁜 꽃 달개비를 요즘 식물학자들이 닭의장풀이라 부르는데, 달개비라는 이름이 얼마나 예쁘냐"며 "(광화문 그 식당이) 달개비란 이름을 써서 참 고맙다"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꽃과 나무 등 식물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듣기에도 닭의장풀보다는 달개비가 더 어감이 좋은데 왜 닭의장풀을 추천명으로 정했는지 궁금합니다. ^^ 나중에 식물 이름을 정하는 위원회 관계자를 만나면 꼭 물어보고 싶습니다. 닭의장풀, 달개비는 이래저래 참 얘깃거리가 많은 식물입니다.
달개비라는 이름은 화단에 흔한 자주달개비, 수생식물인 물달개비 등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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