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수국이 제철입니다. 한여름 산속에서 만나는 청보랏빛 산수국은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산에서 자라지만 요즘엔 공원이나 화단에도 심어놓은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산수국 꽃은 특이한 구조를 가졌습니다. 가장자리엔 빙 둘러 무성화(헛꽃)가 있고, 안쪽에 수술과 암술을 갖춘 자잘한 유성화가 피어 있습니다. 가장자리 꽃은 화려한 외양으로 곤충 시선을 끌어 유인하는 역할을, 가운데 꽃은 소박하지만 실제 결실을 맺는 역할을 분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전체가 화려한 꽃을 피우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 있겠지요. ^^
식물을 공부하다 보면 여러 책에 가장자리 꽃도 암술과 수술을 갖춘 것은 탐라산수국이고, 그냥 산수국은 가장자리 꽃이 무성화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장자리 꽃에도 꽃술이 달린 산수국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산수국을 보면 가장자리 꽃 중에서 뒤집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엔 한두개씩 보이다 결국 전체가 다 뒤집기합니다. 왜 그럴까요? 수정이 끝나면 벌들에게 ‘이쪽은 끝났으니 다른 꽃으로 가라’고 알려주는 것이랍니다. ^^
식물의 움직임을 다룬 책 『녹색동물』은 한걸음 더 나아가 해석하고 있습니다.
<꽃잎을 뒤집는 것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입니다.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셈이죠. 왜 산수국은 일부러 가짜 꽃잎을 뒤집을까요?
산수국은 여러 포기가 함께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수정을 시켜줄 벌이 이미 수정된 꽃에 오는 것은 산수국에게 쓸데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수정이 안 된 다른 꽃이 수정될 기회까지 뺏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산수국은 가짜 꽃잎을 뒤집습니다. 벌이 수정이 된 꽃에는 오지 않도록 하고 수정이 안 된 꽃에게 가도록 하는 거죠. 작은 꽃을 한군데로 모으고, 가짜 꽃을 만들고, 이 가짜 꽃잎도 뒤집는 산수국. 산수국은 이렇게 마지막까지 모든 꽃의 짝짓기를 성공시키려 합니다.>
가짜 꽃이 진짜 꽃을 위해 곤충을 유인하는 역할을 마친 다음에도 다른 포기 꽃들을 위해 한번 더 힘을 짜내는, 참으로 이타적인 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
산수국의 특성이나 수국과의 관계, 백당나무와 불두화의 특성이나 관계 등은 얼마전 올린 글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짝짓기 못하는 수국 불두화가 크게 번성하는 비결 https://sleepingcow.tistory.co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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