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이팝·회화·메타, 사림파 가로수의 한양 진출 ^^

우면산 2020. 7. 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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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팝나무, 회화나무, 메타세쿼이아를 중심으로 한 서울 시내 가로수 이야기입니다. ^^

 

서울 가로수는 은행나무(35.8%)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21.1%), 느티나무(11.7%), 왕벚나무(9.2%)가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이팝나무, 회화나무, 메타세쿼이아가 2~5%씩을 차지(2018년 현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7대 가로수'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서울 가로수는 플라타너스였습니다. 창경궁 주변 플라타너스는 일제강점기부터 서울의 영욕을 지켜보았습니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플라타너스”로 시작하는 김현승 시인의 시 ‘플라타너스’는 1953년에 나온 것입니다. 1980년대 초만해도 양버즘나무가 서울 가로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답니다.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가로수.

 

플라타너스의 우리말은 양버즘나무입니다. 수피에 생기는 얼룩무늬가 얼굴에 피는 버짐 같다고 이 같은 이름을 붙였습니다. 양버즘나무는 열매자루에 열매가 하나씩 달리죠? 버즘나무는 열매자루에 열매가 2~6개 달리는데,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보기는 힘드니 길거리에서 보이는 나무는 그냥 양버즘나무로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런데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가을 단풍이 좋다고 은행나무를 대대적으로 심으면서 단숨에 은행나무가 1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올림픽 시설이 많은 송파구는 지금도 가로수 57%가 은행나무입니다.

 

1990년대 초반 두 나무의 비중은 90%에 육박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가을 하면 붉은 단풍과 함께 노란 은행잎, 거리에 흩날리는 플라타너스 잎을 연상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은행나무.

 

그러나 두 나무는 문제가 조금씩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열매가 떨어지면 지저분해지고 악취가 나는 단점이 있습니다. 암수딴그루라 수나무만 심으면 문제없지만 15~20년 자라 열매를 맺기까지 암수를 구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2011년 국립산림과학원이 DNA 성감별법을 개발해 지금은 수나무만 골라 심을 수 있습니다). 플라타너스는 성장이 빨라 가지치기를 자주 해야 하는 데다, 봄에 꽃가루가 날리고 흰불나방 등 벌레가 꼬이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1990년대 들어서면서 이 같은 단점이 적은 느티나무와 왕벚나무가 대체 수종으로 많이 심어졌습니다.

 

느티나무 가로수.

 

이들 4대 가로수가 조선 초기 공신세력 중심인 ‘훈구파’라면, 2000년대 들어 신진 ‘사림파’ 가로수들이 본격적으로 한양에 진출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팝나무, 회화나무, 메타세쿼이아입니다.

 

 

이팝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해온 나무입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청계천을 복원할 때 가로수로 이팝나무를 선택하면서 가로수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팝나무는 꽃이 피면 꼭 이밥(쌀밥)을 얹어 놓은 모양이라 이 같은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팝나무는 개화 기간도 긴 편이고 봄꽃이 들어가는 초여름에 꽃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팝나무 가로수.

 

회화나무는 서원을 열면 임금이 하사한 나무로, 학자나무라고도 불렀습니다. 올림픽대로를 건설할 때 강변에 회화나무를 심었더니 모래땅인 데도 잘 자랐답니다. 그 후 강남구 압구정역에서 갤러리아백화점까지, 서초구 반포대로와 사평대로, 마포구 서강로 등에도 이 나무를 심었습니다.

 

회화나무 꽃. 아까시나무같이 생겼는데 가시가 없다.

 

메타세쿼이아가 늘어난 것은 고건 서울시장 때였다고 합니다. 그는 “난지도 쓰레기장이 안 보이도록 키가 큰 메타세쿼이아를 심으라”고 지시하고 본인이 직접 심기도 했답니다. 이 메타세쿼이아 숲은 현재 난지도공원의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강서구청 앞 화곡로, 양재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도 유명합니다.

 

메타세쿼이아 숲길. 서울 안산.

 

이팝나무, 회화나무, 메타세쿼이아는 아직은 2~5퍼센트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나무는 수형도 좋고 별다른 단점도 없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 같습니다.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느티나무, 왕벚나무는 대체로 알고 있으니 이팝나무, 회화나무, 메타세쿼이아만 눈여겨 보면 되지 않을까요? 어떻든 이들 7개 가로수부터 정확히 알면 서울 시내를 지날 때 식물을 보는 눈에 한결 밝아질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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