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글에서 얘기한 보리수나무와 뜰보리수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흔히 ‘보리수’라고 부르는 나무가 더 있다. 부처님이 그 아래에서 성불했다는 보리수, 독일 가곡에 나오는 보리수가 그것이다.
먼저 불교에서 보리수는 뽕나무과의 상록활엽수로, ‘인도보리수’라고 부른다. 고무나무같이 잎이 두껍고 넓으며 인도처럼 더운 지방에서 자라는 열대성 나무로, 30~40미터까지 자라는 큰 나무다. 중국을 거쳐 불교가 들어올 때 ‘깨달음의 지혜’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보디(Bodhi)’를 음역한 ‘보리’에 나무 수(樹) 자가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월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립수목원, 금강수목원, 서울식물원 등 몇 군데 온실에서나 볼 수 있다. 베트남 같은 아열대 국가 절에 가면 이 나무를 많이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절에서는 이 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보리자나무를 중국에서 들여오거나,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찰피나무를 대용으로 심었다. 절에 가면 꽃자루에 긴 프로펠러 같은 포(잎이 모양을 바꾼 기관)가 달린 이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여기에다 슈베르트의 가곡에 나오는 ‘린덴바움(Linenbaum)’도 보리수라고 부른다. 이 나무가 보리자나무·찰피나무와 비슷하다고 누군가 ‘보리수’라고 번역한 것이다. 학창시절 배운 ‘성문 앞 우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는 ‘유럽피나무’라고 하는 종이다. 베를린에 출장 갔을 때 이 나무를 가로수로 심어놓은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린덴바움 아래)’ 거리를 본 기억이 있다.
이렇게 여러 나무가 보리수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빨간 열매가 열리는 것은 각각 보리수나무와 뜰보리수로, 부처의 보리수는 인도보리수라고 불러 구분하고 있다. 그러면 슈베르트 보리수는 뭐라 불러야 할까.린덴바움이라 하든지, 유럽피나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여기에 보리수나무 비슷한 상록수가 남쪽에 두 가지 더 있다. 보리밥나무와 보리장나무로, 둘다 상록 덩굴성 나무다. 가을에 꽃이 피고 봄에 열매가 열린다. 이 두 나무를 구분하는 방법은 잎을 보는 것이다. 보리밥나무는 잎이 넓다. 그리고 잎 뒤면과 꽃받침통에 은백색 털이 밀생한다. 반면 보리장나무는 잎이 길다. 그리고 잎 뒤면과 꽃받침통에 적갈색 털이 빡빡하게 나 있다. 보리장나무는 '장'자가 들어 있으니 잎이 길다로 기억하고 있으니 헷갈리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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