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꽃나무는 이름이 좀 특이하다. 쉬땅나무... 요즘 한창 하얀 꽃을 피우는 나무다. 아래 사진을 보면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서울 시내나 주변 산을 생태공원화하면서 산기슭에도 많이 심어 놓았고, 공원이나 길가에 생울타리로 심기도 했다. 원래는 중부 이북 높은 산 능선이나 계곡 등 백두대간에서 자라는 나무였다. 그런데 꽃이 예뻐 관상수로 개발하면서 요즘은 서울 시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나무 중 하나다. 서울역 고가를 개조한 '서울로7017'에도 한 무리의 쉬땅나무를 심어 놓았다.
잎은 깃털 모양으로 나란히 달렸다. 초여름에 수백 개의 작은 흰 꽃이 모여 큰 원추 모양 꽃차례를 만든다. 쉬땅나무가 가장 예쁠 때는 꽃이 피기 직전, 꽃망울이 맺혔을 때 아닌가 싶다. 피기 직전 꽃망울이 꼭 진주알같다. 진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 같아 이 꽃을 처음 보았을 때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 후 이 나무 이름을 잊은 적이 없다.
장미과의 키작은 나무인 쉬땅나무는 대개 장마가 그친 후 꽃이 핀다. 딱 이맘때 꽃이 피는 것이다. 장마가 그친 뒤 많은 수분을 머금은 흰색 꽃 무리가 장관을 이룬다. 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꽃잎보다 긴 수술이 40~50개나 달렸다.
'쉬땅'은 수수깡의 평안도 사투리다. 나무 이름은 꽃 모양이 수수 이삭처럼 생겼다고 붙은 것이다. 국립수목원에서 낸 자료는 이렇게 해설해 놓았다. 반면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무 이름사전』에서 “쉬땅나무는 가을에 팥알 크기의 적갈색 열매가 익는데, 색깔이나 모양이 수수를 수확해 매달아 놓은 수숫단과 꼭 닮았다”며 “그래서 처음에는 ‘수숫단나무’라 부르다가 ‘수숫땅나무’를 거쳐 쉬땅나무로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꽃 모양이 아니라 열매 모양이 수수이삭처럼 생겨 붙은 이름이라는 것이다. 가을에 쉬땅나무 열매가 익으면 진짜 수숫단처럼 생겼는지 잘 관찰해보아야겠다. ^^
쉬땅나무 학명은 ‘Sorbaria sorbifolia’인데 속명과 종소명 모두 마가목과 잎이 닮았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쉬땅나무 잎이 마가목 잎과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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