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래 사진과 같이 먹음직스러운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나무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공원에 가도 탱글탱글 붉은색 열매를 잔뜩 단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보리수나무’라는 표식이 있지만 정확히는 뜰보리수 열매다.
토종인 보리수나무와 일본 원산인 뜰보리수를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다. 보리수나무는 야생이라 주로 산에서 볼 수 있고, 뜰보리수는 공원이나 화단 등 민가 주변에 많이 심어놓았다. 그러니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뜰보리수가 대부분이다.
보리수나무는 5~6월에 꽃이 피고 열매는 가을인 9~10월에 익는다. 반면 뜰보리수는 4~5월에 꽃이 피고 초여름인 6~7월 붉은 열매가 달린다. 요즘 열매가 달려 있는 것은 뜰보리수인 셈이다.
보리수나무 열매는 팥알만 하지만 뜰보리수 열매는 1.5센티미터 정도로 좀 더 크다. 보리수나무 열매는 작지만 둥근 편이고 뜰보리수 열매는 좀 더 길쭉한 편이다. 보리수나무 붉은 열매엔 은빛 점이 주근깨처럼 수없이 박혀 있어서 귀엽다. 어릴 때 ‘보리똥나무’이라 부르며 따먹은 추억의 열매다. 약간 떫은 듯한 단맛이 나는 열매가 그런대로 먹을만하다.
둘 다 꽃이 피지만 아무래도 꽃이 필 때보다 열매가 익을 때 더 존재감이 있는 나무들이다.
봄에 피는, 작은 나팔처럼 생긴 꽃으로도 보리수나무와 뜰보리수를 구분할 수 있다. 보리수나무는 꽃이 많이 달리고 흰색으로 피었다가 노란색으로 변한다. 반면 뜰보리수는 꽃이 적게 달리는 편이고 연한 노란색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봄에 흰색과 노란색 꽃이 섞여 있으면 보리수나무, 연한 노란색만 있으면 뜰보리수인 것이다.
박완서가 첫사랑을 그린 자전적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에서 주인공이 그 남자네 집을 찾은 결정적인 물증으로 나오는 나무가 바로 ‘보리수’다. 그 남자네 집은 사랑마당으로 통하는 곳에 홍예문이 달린 단아한 집이었는데, 그곳에는 수많은 꽃과 나무가 있었고, 그 중 ‘보리수’도 있었다. 주인공은 수목도감을 찾아본 다음 그 집을 찾아가 ‘이파리 사이로 삐죽삐죽한 잔 가장귀엔 서너 개씩 빨간 열매가 달려’ 있는 것을 보고 보리수나무임을 확인하고 있다.
보리수나무와 뜰보리수 구분하는 것도 헷갈리는데, 우리 주변에는 흔히 ‘보리수’라고 부르는 나무들이 더 있다. 부처님이 그 아래에서 성불했다는 보리수, 독일 가곡에 나오는 보리수가 그것이다. 여기에다 제주도와 남쪽 섬에서 볼 수 있는 상록수 보리밥나무와 보리장나무가 있다. 이들 나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소개하겠다.
<보리수, 인도보리수, 슈베르트 보리수?> 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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