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 복주머니란의 새로운 서식지를 경북 영양에서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최근 경북 영양군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복주머니란의 새 자생지를 발견했다고 22일 밝혔습니다.
이번에 발견한 복주머니란 자생지는 영양군 산림 내 임도 주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군락의 면적은 약 50㎡ 정도이고 30여 개체 이상이 산발적으로 서식하고 있답니다.
왜 복주머니란이란 이름이 붙었는지는 꽃 모양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 꽃은 꽃 가운데에 아래쪽으로 길게 늘어지는 꽃잎이 있습니다. 이를 순판(脣瓣)이라고 부르는데, 복주머니란은 순판 모양이 마치 복주머니처럼 생겼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이 꽃 이름이 처음부터 복주머니란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선조들이 불렀고, 그래서 도감에 처음 기록된 이름은 ‘개불알꽃’이었습니다<조선식물향명집(정태현 등 4명, 1937)>. 복주머니처럼 생긴 그 순판 모양을 보고 조상들은 개불알이란 해학 넘치는 이름을 떠올린 모양입니다. 그런데 예쁜 꽃이 부르기도 민망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이후 한 학자가 ‘복주머니란’이라고 새로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한국동식물도감 제18권 식물편(이영노, 1976)>.
이유미 전 국립수목원장은 복주머니란을 소개한 글에서 “산림청 국립수목원과 한국식물분류학회가 운영하는 ‘국가표준식물목록위원회’에서 한 가지 이름을 추천해야 하는데 학자들 간에 의견이 달라 설전이 벌어졌다”며 “이름이 좀 이상하지만 조상들이 붙여준 유머러스한 이름을 바꾸면 안 된다는 의견과 그래도 입에 담기 거북스러운 이름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었고, 최종 결론은 후자였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꽃의 공식 이름(추천명)은 복주머니란입니다.
문제는 개불알꽃 말고도 개불알풀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개불알꽃 대신 복주머니란을 추천명으로 정할 때 개불알풀도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개불알풀은 그대로 두었고, 그후 이 이름 부르기 민망한 사람들은 ‘봄까치꽃’이라고 바꾸어 부르고 있습니다.
복주머니란은 난초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지에 드물게 분포합니다. 높이는 20~40cm이며, 잎은 어긋나 3~5장이 달리고 5~7월에 연한 홍자색의 꽃이 핍니다. 꽃은 원줄기 끝에 하나가 피는데 둥근 주머니 모양이 특징입니다. 관상 가치가 높아 무분별한 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격하게 감소한 종으로 환경부에서는 201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 요인으로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 현재의 위협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아니할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을 말합니다.
해마다 야생화를 보러 강원도 만항재에 갑니다. 이맘때 만항재 근처 민가 화단에는 홍자색 복주머니란이 소복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인지 그 복주머니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꽃이 전국 곳곳에서 다시 자라 멸종위기 야생생물에서 해제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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