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청계산에 오르다 멋진 하늘말나리가 핀 것을 보았습니다. ^^
하늘말나리는 백합과의 여러 자생 나리 중 하나입니다. 그냥 ‘나리’라는 식물은 없고 참나리, 땅나리 등 접두사가 하나씩 붙어 있습니다. 나리 이름에 붙는 규칙을 알면 나리를 만났을 때 이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리는 꽃이 피는 방향에 따라 접두사가 붙습니다. 하늘나리는 하늘을 향해 피고, 중나리는 옆을 향해, 땅나리는 땅을 향해 핍니다. 참 쉽죠? ^^ 땅나리는 나리 중에서 유일하게 짙은 반점이 없이 깨끗합니다. 그래서 저는 ‘피부과 가서 점 빼고 온 나리’라고 설명합니다. ^.^
여기에다 ‘말’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줄기 아래쪽에 여러 장의 돌려나는 잎(돌려나기·윤생)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하늘말나리는 꽃이 하늘을 향해 피고 돌려나는 잎들이 있는 나리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하늘나리는 꽃이 하늘을 향해 피는데 돌려나는 잎은 없다는 뜻이겠지요.
또 섬말나리는 울릉도 특산이라 ‘섬’ 자가 붙었습니다. 섬말나리는 돌려나는 잎이 2~3층인 것이 특징입니다. 홍자색 꽃이 피는 아름다운 솔나리도 있는데 잎이 솔잎처럼 가늘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높은 산에 가야만 '알현'할 수 있는 귀한 몸입니다. ㅎㅎ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나리는 참나리입니다. 참나리는 나리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하다고 ‘참’이라는 접두사가 붙었습니다. 꽃이 옆과 땅의 중간, 그러니까 땅에서 대략 45도 각도로 핍니다<아래 사진>.
참나리는 잎 밑부분에 까만 구슬(주아)이 주렁주렁 붙어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까맣고 둥근 이 주아는 땅에 떨어지면 뿌리가 내리는 씨 역할을 합니다. 무성생식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왕성하게 자손을 퍼뜨려 화단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꽃에 검은빛이 도는 자주색 반점이 많아 호랑무늬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나리의 영문명은 ‘tiger lily’랍니다.
아까 중나리는 옆을 보고 핀다고 했는데, 사실은 참나리 중에서 주아가 없는 것이 중나리입니다. 그러니까 옆이 아니라 아래로 45도 정도를 향해 피겠지요. 중나리는 자생지가 고산지대이고 아주 드물어 보기 힘든 꽃입니다. 그리고 정확히 옆을 보고 피는 나리는 말나리더군요. ^^ 그러니까 말나리는 옆을 보고 피고 돌려나는 잎이 있는 나리입니다. 산에 가면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리입니다.
꽃이 하늘을 향해 피고 꽃잎 사이에 틈이 벌어진 원예종 나리 종류를 통칭해 ‘틈나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있는 정식 이름은 아닙니다. 이제 나리 종류를 만나면 이름을 한번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
(이 글에서 소개하지 못한 털중나리 이야기는 지난달 올린 '6년전 오늘 가장 예쁠 때 만난 털중나리' https://sleepingcow.tistory.com/22 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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