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소나기」에 나오는 마타리꽃 피다 ^^

우면산 2020. 7. 1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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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언덕 여기저기에 마타리가 핀 것을 보고 아차 싶었다. 피자마자 마타리를 소개하려고 했는데, 이미 곳곳에서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타리는 늦게는 10월까지 볼 수 있으니 아직 초반이라 할 수 있다. ^^

 

마타리는 꽃은 물론 꽃대도 황금색으로 강렬하기 때문에 시선을 확 끄는 식물이다. 마타리는 줄기 끝에 꽃들이 모여 피는데, 아래쪽일수록 꽃송이가 길고 위쪽일수록 짧아 꽃들이 거의 평면으로 피는 특이한 구조를 가졌다. 그래서 꽃 모양이 우산 중에서도 바람에 뒤집어진 우산 모양이다(이런 꽃차례를 산방꽃차례라 부른다).

 

마타리. 꽃도 꽃대도 황금색이고, 뒤집어진 우산 모양 꽃차례를 가졌다.

 

마타리는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에도 나오는 꽃이다. 어느 대목에 나오냐면 소년과 소녀가 산 너머로 놀러 간 날, 소년이 소녀에게 꺾어준 여러 가지 꽃 중에서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바로 마타리다. 그 대목은 이렇다.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그러고도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난 보랏빛이 좋아! …… 그런데, 이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꽃."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꽃 한 옴큼을 꺾어 왔다.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건넨다.>

 

마타리는 1미터 넘게 자라 다른 풀 위에서 하늘거린다. 그래서 ‘피어 있다’는 말보다는 ‘서 있다’는 말이 어울린다. 바람이라도 불면 하늘거리는 모습이 애절하기까지 하다. 작가가 마타리를 양산처럼 들고 소년을 향해 살포시 웃는 소녀 모습을 그린 것은 애절한 느낌을 더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황금 물결을 이루고 있는 마타리.

 

왜 마타리라는 이국적인 이름을 가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프랑스를 오간 이중간첩 ‘마타하리(Mata Hari)’를 연상시켜 외래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순 우리말이다. 줄기가 길어 말(馬) 다리처럼 생겼다고 마타리라 했다는 설도 있고, 냄새가 지독해 맛에 탈이 나게 하는 식물이라 '맛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배가 아프면 배탈인 것처럼, 맛이 탈 나게 해서 맛탈이(마타리)라는 것이다.

 

마타리 냄새는, 특히 고온일 때 마타리 냄새는 참 고약하다. ^.^ 어느 여름휴가 때 국립수목원을 둘러보는데 어디선가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타리에서 나는 냄새였다. 같이 간 일행이 "아휴, 독해"를 반복하며 서둘러 자리를 피할 정도였다. 이 냄새는 간장 냄새 같기도 하고 인분 냄새 같기도 하다. 한방에서는 간장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해서 마타리를 '패장(敗醬)'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아주 더운 날씨만 아니면 나름 신선한 느낌이 들 정도의, 견딜만한 냄새이니 너무 걱정 마시길. ㅎㅎ

 

마타리와 거의 똑같이 생겼는데, 색깔만 다른 것이 뚝갈이다. 산에 가보면 마타리와 뚝갈이 형제처럼 나란히 자라는 것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파고 들어가면, 뚝갈은 열매에 날개가 발달하고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 점도 다르다고 한다.

 

뚝갈. 꽃색만 흰색이고 다른 것은 마타리와 똑같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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