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경남 통영 출신인 거 아시죠? 오늘은 통영 여행에서 들른 박경리기념관과 추모공원, 박경리 묘소에서 만난 꽃과 나무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박경리는 고향 통영을 배경으로 한 소설 ‘김약국의 딸들’을 썼고, 대하소설 ‘토지’에서도 조준구의 아들 조병수, 용이의 아들 홍이, 강쇠의 아들 휘 등이 통영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약국의 딸들’과 ‘토지’ 곳곳에는 통영에 대한 묘사와 작가의 고향에 대한 애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
박경리기념관 옆에는 작은 정원이 있고 나무 데크를 따라 올라가면 남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추모공원과 묘소가 있는 구조입니다. 먼저 기념관 정원에 아래 사진처럼 ‘삶’이라는 제목의 박경리 시비가 있습니다. 뜻밖에도 이 시에서 고들빼기를 발견했습니다. ‘대개/소쩍새는 밤에 울고/뻐꾸기는 낮에 우는 것 같다/풀뽑는 언덕에/노오란 고들빼기꽃’, ‘미친 듯 꿀찾는 벌아/간지럽다는 고들빼기꽃/모두 한목숨인 것을’ 등 시구를 볼 수 있습니다. 고들빼기는 아래 사진과 같이 생긴, 어디에나 흔한 들꽃입니다. ^^
기념관 입구엔 잘 자란 감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있습니다. 소설 ‘토지’에서 감나무는 서희가 연정을 품은 이상현 등 이 부사 댁을 상징하지요. 첫번째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기념관 입구에 이 부사 댁 마당처럼 감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 정원 한 구석 작은 연못엔 수련이 막 피어났습니다.
나무 데크를 따라 묘소로 향합니다. 아직 지지 않은 영산홍이 보입니다. 영산홍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꽃이지만 유난히 예쁘고 색도 선명해 담아 보았습니다. ^^
묘소 가는 길은 남해안에서 볼 수 있는 상록수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 나무 데크길에 울타리 삼아 아왜나무를 심어 놓았습니다. 아왜나무는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나무지만 통영 등 남부지방에서는 생울타리 나무로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과거 방송인 탁재훈이 유행시킨 “아~ 왜!”와 발음이 같습니다. ^^
데크길 오른쪽엔 광나무가 많은데 향긋한 냄새를 내뿜고 있습니다. 광나무는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쥐똥나무의 상록 형태입니다. 열매 모양도 비슷합니다. 두터운 잎에서 광택이 나서 이름이 ‘광나무’입니다. ^^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성 소교목으로, 우리나라에선 남해안과 섬지방 그리고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추모공원에 이르니 남해안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후박나무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남해안이나 제주도에서 줄기가 밝은 회색으로 굵고 튼실하게 올라가는 상록수가 보이면 후박나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역시 남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스레피나무, 사방오리도 보였습니다. 사스레피나무는 상록성이라 잎이 언제나 진초록색이고 두껍고 반질반질하고, 그 잎 사이로 꽃이나 열매가 잔뜩 달려 있습니다. ^^
사방오리는 일본 원산으로, 1940년쯤 들여와 남부지방에 사방 조림용으로 심는 나무입니다. 잎이 오리나무 비슷한데 측맥이 13~17쌍(오리나무는 측맥이 7~11쌍)으로 굉장히 많습니다. 빨리 자라지만 내한성이 약한 것이 흠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박경리 묘소에서 본 남해 전망을 보여드립니다. ^^ 이 전망을 보면서 통영이 왜 박경리를 비롯해 청마 유치환, ‘꽃’의 시인 김춘수 같은 걸출한 문인들을 배출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더 읽을거리
-하늘거리는 저 노란꽃, 씀바귀는 검은 꽃술, 고들빼기는 노란 꽃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