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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저나마찬가지 2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한길사)

박완서 소설을 읽으며 ‘유난히 꽃이 많이 나오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요. ^^ 이 책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한길사)는 제목 그대로, 꽃 관점에서 박완서 소설을 읽고 쓴 것입니다. 예를들어 박완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는 제목부터 싱아가 나오는데, 어떤 대목에서 싱아가 나오는지, 싱아가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싱아는 어떤 식물인지, 싱아를 어디 가면 볼 수 있는지 등을 전하고 있습니다. 박완서 소설엔 꽃이 많이 나올뿐 아니라 꽃에 대한 묘사, 꽃을 주인공 성격이나 감정에 이입(移入)하는 방식도 탁월합니다. 능소화를 ‘분홍빛 혀’, ‘장작더미에서 타오르는 불꽃’에 비유한 『아주 오래된 농담』, 버스 차장을 목표로 상경한 순박한 시골 처녀가 처음 이성에 느낀 떨림을 박태기꽃..

책이야기 2020.06.24

누워서 보면 더 예쁜 때죽나무꽃

지난 주말 홍릉수목원에서 누워서 본 때죽나무꽃입니다 ^.^ 왜 누워서 보았느냐고요? 박완서 단편 「거저나 마찬가지」에서 주인공 집 근처에는 ‘꽃이 하얗게 만개해 그윽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때죽나무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거저나 마찬가지’인 삶을 거부하면서 남친 기남에게 아이를 갖자고 하지만 남친은 망설입니다. 주인공은 때죽나무 그늘로 데려가 ‘그의 손에서 길 잃은 피임기구를 빼앗’고 눈을 질끈 감아버립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내 눈높이로 기남이의 얼굴이 떠오르든 때죽나무 꽃 가장귀가 떠오르든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 눈에 사진과 같은 장면이 아닌, 남친의 웃는 얼굴이 보였기를 바라봅니다. ^.^ 굳이 ‘때죽나무 아래’인 것은 작가가 소설에 배치한..

꽃이야기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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