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누워서 보면 더 예쁜 때죽나무꽃

우면산 2020. 5. 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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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홍릉수목원에서 누워서 본 때죽나무꽃입니다 ^.^

왜 누워서 보았느냐고요?
박완서 단편 「거저나 마찬가지」에서 주인공 집 근처에는 ‘꽃이 하얗게 만개해 그윽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때죽나무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거저나 마찬가지’인 삶을 거부하면서 남친 기남에게 아이를 갖자고 하지만 남친은 망설입니다. 주인공은 때죽나무 그늘로 데려가 ‘그의 손에서 길 잃은 피임기구를 빼앗’고 눈을 질끈 감아버립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내 눈높이로 기남이의 얼굴이 떠오르든 때죽나무 꽃 가장귀가 떠오르든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 눈에 사진과 같은 장면이 아닌, 남친의 웃는 얼굴이 보였기를 바라봅니다. ^.^

 

<때죽나무꽃>

굳이 때죽나무 아래인 것은 작가가 소설에 배치한 일종의 재미 또는 유머 아닐까 싶습니다. ^.^

작가가 때죽나무꽃이 만개했을 때 아래에서 본 적이 있기에 이런 표현을 했을 것입니다. 작가가 자주 산책을 다닌 아차산에도 때죽나무가 많았습니다. 작가의 산문집 두부를 보면 노란집에서 밤나무숲 위쪽으로 각종 활엽수 사이에 산벚꽃나무, 때죽나무 등이 섞여 있었습니다.

 


때죽나무꽃과 비슷하게 생긴 쪽동백나무꽃이 있습니다. 한 1주일 정도 빨라 요즘 지고 있는데, 때죽나무와는 꽃 피는 모양이 좀 다릅니다. 때죽나무는 잎겨드랑이에서 2~5개씩 꽃줄기가 나와 아래를 향해 피는데, 쪽동백나무는 아래 사진과 같이 포도송이 모양으로 핍니다 ^.^

 

<포도송이 모양으로 피는 쪽동백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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