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왕산 둘레길에서 본 싱아입니다. 그러니까 서울 매동초등학교 근처에서 본 것이지요. ^.^
싱아는 박완서 소설의 상징과도 같은 식물입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는 시큼한 여러해살이풀 싱아가 여덟 살 소녀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이 150만부 이상 팔리면서 이제 싱아를 잘 모르는 국민은 있을지 몰라도 싱아를 들어보지 못한 국민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코흘리개 시절부터 스무 살 대학생으로 6·25를 겪기까지 과정을 담은 소설입니다.
작가는 여덟살때 교육열에 불타는 엄마 손에 이끌려 상경해 국민학교에 입학합니다. 매동초등학교지요. 고향에서 마음껏 뛰놀던 소녀가 갑자기 서울 현저동 산동네에 틀어박혀 살아야하니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덟살 소녀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하는 것이 싱아입니다. 그 대목을 한번 보겠습니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끊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이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할 때입니다. ^.^
요즘에도 싱아는 쉽게 찾기 어려운 식물입니다. 옛날에는 싱아가 밭 주변이나 하천가 같은 곳에 많았는데, 그런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요즘에는 산에 가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다만 실제로는 소설 배경지 주변에 싱아가 있었지만 꼬마 박완서가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박완서가 헤맨 산은 인왕산인데, 인왕산 둘레길에 지금도 싱아 군락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위 동영상에 나오는 싱아입니다. ^.^
요즘에도 저는 싱아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는 사람이 있으면 인왕산 둘레길로 데려가 싱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도 있으니 그 당시에도 싱아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어린 박완서가 찾지 못했을 수 있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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