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홍릉수목원에 가보니 엉겅퀴가 피어 있었다. 진한 자주색 꽃송이에다 잎에 가시를 잔뜩 단 모습이 자못 위용이 있다. 야생화 중에서 가장 강인하면서도 야생화다운 느낌을 주는 꽃이다. 꽃에 함부로 다가가면 가시에 찔릴 수 있다. 그러나 가시를 피해 잎을 만져보면 놀라울만큼 보드라운 것이 엉겅퀴이기도 하다.
엉겅퀴는 마을 주변 깨끗한 야산이나 밭두렁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또 공터가 생기면 망초·명아주와 같은 잡초와 함께 어김없이 나타나는 식물이다. 가시가 달린 억센 이미지에다 짓밟히면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민중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6·25의 상처와 그 치유 과정을 다룬 임철우의 단편 ‘아버지의 땅’을 읽다가 엉겅퀴를 발견했다.
주인공 이 병장의 아버지는 6·25때 행방불명됐다. 이 병장은 소대원들과 함께 야전 훈련 중 진지를 파다 유골 한 구를 발견했다. 그 자리는 ‘쑥대며 엉겅퀴같은 억세고 질긴 풀들이 서로 완강히 얽혀 있는’ 유난히 잡초가 무성한 곳이었다. 주인공은 인근 마을에 가서 한 노인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린다. 현장에 도착한 노인은 6·25가 끝날 무렵 지형적인 특색 때문에 빨치산들이 많이 이곳을 지나갔고, 그러다보니 국군도 대응하면서 이름 모르는 시신이 많이 묻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노인은 뼛조각을 정성스럽게 수습한다. 소대원들이 빨갱이 시체인지 아닌지를 따지자, 노인은 “그런 걸 굳이 따져서 무얼 하자는 말이오"라고 나무란다.
주인공은 수습을 마치고 음복을 하면서 6·25때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아,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쓰러져 누워있을 것인가. 해마다 머리맡에 무성한 쑥부쟁이와 엉겅퀴꽃을 지천으로 피워내며 이제 아버지는 어느 버려진 밭고랑, 어느 응달진 산기슭에 무덤도 묘비도 없이 홀로 잠들어 있을 것인가.
반합 뚜껑에 술이 쭐쭐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이처럼 이 소설에서 엉겅퀴는 버려진 땅에서 자라는 잡초의 하나로 나오고 있다. 이 소설에서 엉겅퀴꽃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스러져간 아버지의 험한 삶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엉겅퀴는 6~8월 진한 자주색 꽃송이가 하늘을 향해 달린다. 긴 잎은 깊게 갈라지고, ‘가시나물’이라는 별칭을 가질 정도로 잎에 삐죽삐죽 가시가 있다. 가시는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위한 수단일 것이다. 다 자라면 1m 넘게까지 크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가을에 맺는 열매는 민들레 씨앗처럼 부풀어 하얀 솜털을 달고 바람에 날아간다. 엉겅퀴라는 이름은 엉겅퀴의 잎과 줄기를 짓찧어서 상처 난 곳에 붙이면 피가 엉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엉겅퀴와 비슷비슷하게 생긴 친구들이 많다. 일단 지느러미엉겅퀴는 줄기에 미역 줄기같은 지느러미가 달려 있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큰엉겅퀴도 이름 그대로 키가 1~2m로 크고, 꽃송이가 고개를 숙인채 피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요즘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엉겅퀴 종류다.
뻐꾹채도 엉겅퀴와 비슷한 시기에 피어 구분을 어렵게 하고 있다. 6~8월에 피는 뻐꾹채는 잎이 엉겅퀴를 닮았으나, 더 크고 가시가 없다. 뻐꾹채도 엉겅퀴 비슷한 꽃이 피지만, 꽃송이가 지름 6~9cm로 크고 원줄기 끝에 하나의 큰 꽃송이만 달리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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