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에도 새하얀 조팝나무 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요즘 서울 청계천 등 공원이나 화단에서 새하얀 가지들이 너울거리면 조팝나무 꽃일 가능성이 높다. 아직 만개한 것은 아니고 이제 막 피기 시작했다.
조팝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의 산과 들에서 흔히 자라는 나무다. 3월말부터 4~5월 산기슭이나 밭가에서 흰구름처럼 뭉개뭉개 피는 꽃이 있다면 조팝나무 꽃일 가능성이 높다. 흰색의 작은 꽃이 다닥다닥 피어 있는 가지들이 모여 봄바람에 살랑거리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아래 동영상처럼 흰구름이나 솜덩이처럼 생겼다.
봄에 시골길을 가다보면 산기슭은 물론 밭둑에도 무더기로 피어 있고, 낮은 담장이나 울타리를 따라 심어놓기도 했다. 풍성한 꽃이 보기 좋아 공원에 조경용으로 심어 놓은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바람이 불 때 함께 오는 조팝나무 꽃향기는 참 좋다.
조팝이라는 이름은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이 박힌 것이 좁쌀로 지은 조밥 같다고 붙였다는 설이 유력하다. 영어로는 ‘신부의 화관(bridal wreath)’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졌다. 그러고보니 조팝나무 꽃을 보고 하얀 드레스를 입은 5월의 신부를 연상할 수도 있겠다. 이팝나무도 꽃이 피면 꼭 이밥(쌀밥)을 얹어놓은 모양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옛사람들은 조팝나무에서나 이팝나무에서나 밥을 연상한 모양이다.
조팝나무는 대개 큰 무리를 이루지만, 작은 꽃송이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섯 장의 꽃잎과 노란 꽃술을 볼 수 있다. 꽃이 질 때는 마치 눈이 온 것처럼 땅을 소복하게 덮는 것도 보기 좋다. 조팝나무의 번식은 주로 삽목을 이용하고, 또 심으면 금새 큰 포기로 자라나므로 포기나누기도 할 수 있다.
고전소설 토끼전에도 조팝나무가 나오는데, 자라가 토끼 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에 올라와 처음 경치를 구경하는 대목에서다. ‘소상강 기러기는 가노라고 하직하고, 강남서 나오는 제비는 왔노라고 현신(現身)하고, 조팝나무에 비쭉새 울고, 함박꽃에 뒤웅벌이오...’
◇조팝나무 관련해 더 읽을거리
무엇보다 조팝나무는 인류에게 매우 고마운 식물이다. 전 세계 인구가 하루1억 알 넘게 먹는다는 진통제 아스피린은 ‘아세틸살리실산’이라는 물질로 만드는데 이 성분이 바로 버드나무와 조팝나무에 들어 있다. 1890년대 독일 바이엘 사는 조팝나무 추출물질을 정제해 아스피린을 만들었다.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은 조팝나무의 속명(屬名) '스파이리어(Spiraea)'와 아세틸의 머리글자인 '아'를 붙여 만든 것이다.
조팝나무를 시작으로 초여름까지 조팝나무 자매들이 차례로 핀다. 진한 분홍빛 꽃이 꼬리처럼 모여 달리는 꼬리조팝나무, 흰 꽃잎에 가운데만 연분홍색인 참조팝나무, 15~20송이가 모여 반원 모양으로 꽃이 피는 산조팝나무와 공조팝나무 등이 있다. 공조팝나무는 잎이 길쭉한데, 중국 원산으로, 원예용으로 공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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