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한국의 바나나’ 으름덩굴의 암꽃·수꽃이 다른 사연

우면산 2021. 4. 2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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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른 물체를 칭칭 감고 올라가는 덩굴인데 연한 보랏빛 꽃이 특이하면서도 아름답게 피는 식물이 있다. 으름덩굴이다. 으름덩굴의 열매를 으름이라고 하는데, 식물 자체를 그냥 으름이라고도 부른다.

 

 

으름덩굴은 으름덩굴과에 속하는 낙엽성 활엽수다. 우리나라에서는 황해도 이남에서 자란다고 하는데, 깊은 산, 산자락, 계곡, 능선 등을 크게 가리지 않고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서울 독립문공원에서 안산 둘레길로 가다 둘레길 입구 바로 못 미쳐서 으름덩굴 군락을 볼 수 있다. 웬만한 수목원이나 공원에도 으름덩굴 몇 그루 심어놓았다.

 

서울숲에서 숲해설사가 으름덩굴을 설명하고 있다.

 

으름덩굴은 세가지가 볼만하다. 먼저 요즘 볼 수 있는 꽃이다. 으름덩굴은 한 나무에 암꽃과 수꽃이 같이 피지만 따로 달린다. 그러니까 암수한그루 나무다. 암꽃은 크지만 적게 달리고, 수꽃은 암꽃 뒤쪽에서 작지만 많이 달린다. 암꽃은 손가락 같은 암술대가 4~8개 나와 있고 수꽃은 마치 아기가 손을 쥐고 있는 모양이다. ^^ 꽃잎처럼 보이는 기관은 꽃받침 잎이고 꽃잎은 없다. 꽃에서 초콜릿 향기 비슷한 좋은 향기도 난다(그래서 영어 이름에 초콜릿이 들어 있다. 아래에서 설명). ^^

 

으름덩굴 꽃. 앞쪽 2개가 암꽃, 뒷쪽 여러 개가 수꽃이다.

 

 

두번째 볼만한 것이 열매다. 가을에 운이 좋으면 탐스럽게 열린 열매 으름을 볼 수 있다. 바나나, 그중에서도 좀 작은 몽키바나나를 닮았다. 실제로 이 열매를 구경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들이 보는 족족 따먹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다 보니 꽃가루받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열매가 잘 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검은빛과 흰빛이 적절히 섞인 과육을 입에 넣으면 달콤하고 물컹하며 부드럽지만 씨앗이 너무 많아 먹기에 좀 거북했다.

 

으름덩굴 열매인 으름. 익으면 갈라진다.

 

세번째 볼만한 것은 귀여운 잎이다. 둥글고 작은 잎 5~8장이 마치 손가락을 편 듯 동그랗게 원을 만들며 모여 있다. 그래서 으름덩굴의 영어 이름이 ‘Five leaves chocolate vine’이다. 남부 지역에 자생하는 상록수 멀꿀도 으름덩굴과 잎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다. 멀꿀은 상록수지만 서울 선유도공원에 가면 선유도이야기관 건물 벽에서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

 

멀꿀 잎. 제주도 한라수목원.

 

이 봄이 가기 전에 으름덩굴 꽃과 잎을 한번 만나보면 어떨까. 독특한 암꽃, 수꽃도 한번 찾아보고 손가락을 편 듯한 잎도 한번 관찰해보면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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