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한 석간신문을 넘기다 ‘한강 미루나무길’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옆으로 퍼지지 않고 위로 날씬한 것이 미루나무가 아니라 양버들 사진이네요. ^^ 양버들을 미루나무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비슷하게 생긴 미루나무와 양버들 이야기입니다.
양버들이나 미루나무는 같은 포플러류여서 사람들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루나무는 익숙한 이름이지만 양버들은 이름 자체가 좀 생소하죠. 하지만 우선 전체적인 나무 모양이 좀 다릅니다. 양버들은 싸리 빗자루 모양이고 미루나무는 옆으로 퍼진 부채 모양입니다. ^^
미루나무는 일제강점기 이후 신작로를 만들 때 가로수로 많이 심은 나무입니다. 원래 이름은 미국에서 들여온 버드나무라는 의미로 미류(美柳)나무였는데, 발음하기 어려운 ‘류’를 ‘루’로 바꾼 미루나무가 표준어로 자리잡았습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비슷한 나무인 '양버들'도 대량 들여왔는데 이는 '서양에서 들어온 버드나무'란 뜻입니다. 사실상 같은 뜻인 셈이지요. ^^
하지만 두 나무는 전체적인 형태 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미루나무는 가지가 옆으로 퍼져 자라지만, 양버들은 위로 길쭉하게 싸리 빗자루 모양으로 자랍니다. 그러니까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 있네~’라는 동요의 배경 그림으로 빗자루 모양 나무를 그려 넣으면 틀리는 겁니다. ^^ 양버들은 아래 사진처럼 맹아지(웃자란 가지)가 많지만 미루나무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둘 만합니다.
기억하기 어려우면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을 생각하면 좀 도움이 될 겁니다. 당시 사건은 나무 가지가 시야를 가려 가지치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생겼습니다. 가지가 옆으로 퍼지지 않고 수직으로 자라는 양버들이었다면 시야 가리는 문제가 덜해 그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가지가 옆으로 퍼지는 미루나무여서 시야 문제가 생긴 것이지요.
미루나무는 속성수로서 기능을 다해 요즘은 잘 심지 않습니다. 반면 양버들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한강 고수부지를 정비하면서 양버들을 많이 심어놓았습니다. 양버들이 하천변에서 잘 자라는데다 수직으로 올라가는 것이 경관에 좋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강변에서 거꾸로 세워놓은 싸리 빗자루 모양 나무가 있으면 양버들이구나 생각하면 맞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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