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세계 3대 가로수, 마로니에 또는 칠엽수

우면산 2020. 8. 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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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엽수는 봄에 원뿔 모양의 흰 꽃차례가 독특하고, 여름엔 넓은 잎으로 그늘을 만들고, 가을엔 노랗게 물들어 조경수나 가로수로 많이 심는 나무입니다.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와 함께 세계 3대 가로수로 꼽힐 정도입니다.

 


칠엽수(七葉樹)는 잎이 7장씩 모여 달려 붙은 이름입니다. 긴 잎자루 끝에 손바닥을 펼쳐놓은 것처럼 잎들이 달립니다. 세어보면 5~6장, 8장이 모여 달린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궁궐의 우리 나무』의 저자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한 강연에서 “식물학을 공부할 때는 좀 넉넉해야 한다”라고 하더군요. 너무 숫자를 엄밀하게 따지지 마라는 거죠. 남쪽 해안지역에 많이 자라는 팔손이도 잎이 다 8개로 갈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

 

칠엽수 잎. 대개 7 장씩 모여 달려 있다.

 

칠엽수와 비슷한 나무로 가시칠엽수가 있습니다. 흔히 ‘서양칠엽수’ 또는 ‘마로니에’라고도 합니다. 칠엽수는 일본 원산이고 가시칠엽수는 유럽이 원산지입니다. 칠엽수와 가시칠엽수를 구분하는 방법은 열매를 보는 것입니다. 칠엽수는 열매의 표면이 매끈한데 가시칠엽수는 철퇴 모양으로 가시가 잔뜩 나 있습니다. 열매가 없을 때는 잎 뒷면을 보아 적갈색 털이 있으면 칠엽수, 털이 거의 없으면 가시칠엽수입니다.

 

칠엽수 열매. 표면에 가시가 없다.

 

가시칠엽수 열매. 철퇴 모양으로 가시가 나 있다.

 

가시칠엽수는 서울 덕수궁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석조전과 석조전 서관 사이 마당에 있습니다. 1912년 환갑을 맞은 고종에게 주한 네덜란드 공사가 선물한 것이라고 합니다. 100년이 넘은 나무인 셈이죠.

 

덕수궁 가시칠엽수. 고종이 1912년 선물받아 심은 나무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가도 가시칠엽수(마로니에) 몇 그루를 볼 수 있습니다. 1928년 서울대가 처음 자리를 잡을 때 심은 것이라고 합니다. 마로니에공원 이름이 이 마로니에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칠엽수도 마로니에라고 부를 수 있는지 논란이 있습니다. 일부는 가시칠엽수만 마로니에고 그냥 칠엽수는 마로니에가 아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유미 전 국립수목원장은 한 기고에서 “마로니에라는 이름은 칠엽수를 비롯한 이 집안 나무들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가시칠엽수든 칠엽수든 마로니에라고 불러도 무방한 거죠. 박상진 명예교수도 『궁궐의 우리 나무』에서 칠엽수를 설명하면서 ‘유럽 마로니에’, ‘일본 마로니에’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마로니에(marronnier)라는 말은 불어로 밤나무라는 뜻입니다. 칠엽수든 가시칠엽수든 열매가 벌어지면 밤톨 모양의 씨앗이 나오는데 이를 말밤(horse chestnut)이라고 부릅니다. 꼭 밤같이 생겼지만 밤과 달리 쓴맛이 강하고 먹으면 설사나 구토 등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혹시 생김새가 궁금하면 앞줄 파란 링크를 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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