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팽나무를 보면 마음이 애틋해지는 이유 ^^

우면산 2020. 11. 13.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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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에 가서 볼 때마다 마음이 애틋해지는 나무가 있다. 향원정 옆에 있는 팽나무다. 다른 나무와 별다를 것도 없지만 고향마을 정자에 있는 나무와 같은 나무여서 한번이라도 더 돌아보게 된다.

 

경복궁 향원정 옆 팽나무.

 

팽나무는 전국적으로 어디서나 자라지만 남부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느티나무와 함께 정자나무로 많이 심은 나무다. 내 고향 마을 입구 정자에도 수백 년 자란 팽나무 두 그루 있었다. 그 아래는 여름엔 어른들 피서처였지만 다른 계절엔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가을엔 두 그루 전체가 노랗게 단풍이 들었다. 팽나무는 필자에게 '고향 추억으로 가는 표지판'이다.

 

노란 단풍이 든 팽나무.

 

 팽나무라는 이름은 열매를 대나무 총에 넣고 쏘면 '팽~'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고 붙은 것이다. 열매가 불그스름해지면 따먹기도 했는데, 살짝 단맛이 도는 것이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팽나무는 특히 소금 바람이 부는 바닷가에서도 잘 자란다. 세월호 아픔을 간직한 팽목항도 주변에 팽나무가 많아 생긴 이름일 것이다. 어느 정도 크면 느티나무는 나무껍질이 타원 모양으로 벗겨지지만 팽나무는 벗겨지지 않아 매끄러운 점이 다르다. 팽나무 잎은 가장자리 톱니가 잎 절반 정도까지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팽나무 잎. 가장자리 톱니가 잎 절반까지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17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구효서 중편소설 '풍경소리'는 팽나무가 중심 소재 중 하나여서 반갑게 읽었다. 이 소설엔 특별한 사건이 나오지 않는다. 여주인공 미와가 성불사라는 절에 찾아가 깊은 밤 풍경소리를 듣고 절 마당에 있는 거대한 팽나무 아래에서 공양주 등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엄마를 잃은 슬픔을 치유해가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팽나무에 대한 묘사가 여러 번 나오는데 ‘팽나무 이파리들이 쏴아, 바닷소리를 냈다’ 같은 식으로 감각적이다. 팽나무가 있어서 가을 산사의 풍경은 더욱 고즈넉해졌고 주인공의 내면 묘사는 더욱 섬세해졌다.

 


팽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나무로 열매가 팽나무와 같이 황적색인 폭나무와 왕팽나무가 있고, 열매가 검은색인 검팽나무, 풍게나무, 푸조나무 등이 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구분을 시도해 보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다. 역시 어느 정도 내공이 쌓여야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ㅠㅠ 팽나무 종류에 대한 구분법이 확실히 눈에 들어오면 여기에 소개할 것을 약속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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