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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릉 4

서오릉에서 갈매나무를 만나다

지난 주말 경기도 고양시 서오릉에서 갈매나무를 만났습니다. ^^ 한달 전쯤 서울 경복궁 고궁박물관 정원에서 갈매나무를 만났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이번에는 서오릉에서 만난 것입니다. ^^  백석이 1948년 남한 문단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시, ‘남(南)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의 마지막 부분엔 갈매나무가 나옵니다.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 시는 백석이 해방 직후 만주를 헤매다 신의주에 도착했을 즈음 쓴 시인데,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외롭게 눈을 맞고 서 있는 갈매나무로 표현했습니다..

나무이야기 2024.06.28

산딸나무·꾸지뽕나무·꾸지나무, 비슷한 점과 다른 점

추석 연휴에 고양 서오릉길을 한바퀴 도는데 같이 간 지인이 “산딸나무다!”고 했습니다. 숙종의 능인 명릉 근처였습니다. 그런데 가리키는 나무 열매를 보니 산딸나무가 아니라 꾸지뽕나무였습니다(아래 세번째 사진). 두 나무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오늘은 산딸나무와 꾸지뽕나무, 그리고 꾸지뽕나무와 이름이 비슷한 꾸지나무 이야기입니다. ^^ 산딸나무는 요즘 산이나 공원에서 마치 딸기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듯한 나무입니다. 이름 자체가 ‘산속에서 딸기 닮은 열매를 단 나무’라는 뜻입니다. 요즘 막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원래 산속에서 자라는 나무였으나 꽃이 예뻐서 공원이나 화단에도 많이 심고 있습니다. 5~6월쯤 흰색으로 피는 꽃도 참 아름답습니다. 산딸나무는 독특한 꽃과 열매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은..

나무이야기 2022.09.14

이 많은 참나무 가지를 누가 다 잘랐을까?

경기도 고양시 서오릉에는 왕릉을 오가는 길 외에도 서어나무길과 소나무길 등이 있습니다. 이 길을 걸을 때, 유난히 참나무 아래마다 참나무 가지들이 수북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가지치기를 한 것 같기도 합니다. ^^ 그러나 사람이 한 일로 보기에는 너무 방대한 규모입니다. 그럼 바람에 의한 걸까요? 바람에 한 일이라고 보기에는 나뭇가지 모양이 하나같이 비슷한 크기에 비슷한 모양입니다. 또 가지들이 저마다 꼭 도토리가 달려 있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가지 끝은 톱질한 듯 반듯하게 잘려 있습니다. 더구나 떨어진 도토리를 자세히 보면 깍정이와 열매에 산란 구멍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누가 이런 일을 한 것일까요? ^^ 범인은 도토리거위벌레입니다. 이 벌레는 7월 말부터 도토..

나무이야기 2021.08.17

서오릉에서 만난 물봉선·비비추·바보여뀌

어제 경기도 고양 서오릉을 찾았습니다. 서오릉은 예종의 능인 창릉, 숙종의 능인 명릉 등 왕과 왕후의 능만 5개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꽃들이 피어 있을까요? 오늘은 서오릉에 핀 꽃들 이야기입니다. ^^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물봉선이었습니다.  홍자색 꽃이 한둘씩 막 피고 있었습니다. 물봉선은 봉선화과 한해살이풀입니다. 주로 산골짜기의 계곡 주변이나 습지에서 무리 지어 자라는데, 높이는 60cm 내외로 큰 것은 1m까지도 자랍니다. 꽃을 보면 꿀주머니는 뒤로 길게 뻗어 있는데 끝이 돼지꼬리처럼 동그랗게 말린 것도 재미있습니다.  꽃잎은 석장인데, 아래쪽 두장은 진한 홍자색으로 곤충이 내려앉기 좋게 내밀고 있습니다. 어느 분은 이 모습이 ‘이제 막 화장을 배우는 여인의 작은 입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꽃이야기 2021.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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