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이 많은 참나무 가지를 누가 다 잘랐을까?

우면산 2021. 8. 1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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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서오릉에는 왕릉을 오가는 길 외에도 서어나무길과 소나무길 등이 있습니다. 이 길을 걸을 때, 유난히 참나무 아래마다 참나무 가지들이 수북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닥에 수북이 떨어진 참나무 가지.

 

마치 누군가 가지치기를 한 것 같기도 합니다. ^^ 그러나 사람이 한 일로 보기에는 너무 방대한 규모입니다. 그럼 바람에 의한 걸까요? 바람에 한 일이라고 보기에는 나뭇가지 모양이 하나같이 비슷한 크기에 비슷한 모양입니다. 또 가지들이 저마다 꼭 도토리가 달려 있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가지 끝은 톱질한 듯 반듯하게 잘려 있습니다. 더구나 떨어진 도토리를 자세히 보면 깍정이와 열매에 산란 구멍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누가 이런 일을 한 것일까요? ^^

 

수북이 떨어진 참나무 가지.

 

범인은 도토리거위벌레입니다. 이 벌레는 7월 말부터 도토리 달린 참나무 가지를 떨어뜨리기 시작해 8월이면 땅바닥을 참나무 잎 천지로 만든답니다. 막 떨어진 잎을 쫓아가 보면 가끔 그 주인공을 만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검은색 긴 주둥이를 가진, 1cm 정도의 작은 벌레입니다. ^^ 주둥이가 길쭉한 것이 거위를 닮았다고 해서 도토리거위벌레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도토리거위벌레.  ⓒ서울시

 

도토리거위벌레는 왜 이런 짓을 할까요? 이 친구는 참나무로 날아올라 적당한 도토리를 고른 후 구멍을 뚫고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산란한 도토리가 달린 나뭇가지를 잘라냅니다. 나중에 애벌레가 땅속에 안착하도록 하기위한 것입니다. 가지 하나를 자르는데 4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니 자식을 남기기 위한 도토리거위벌레 모성이 대단합니다. ^^

 

도토리거위벌레는 반드시 잎사귀가 달린 가지를 자른다고 합니다. 그래야 도토리가 땅에 떨어질 때 잎이 프로펠러 역할을 해 충격을 완화하고, 잎의 광합성으로 도토리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도토리를 먹고 자라서 땅 속으로 들어가 겨울을 보내고 번데기를 거쳐 7~8월 성충으로 성장해 땅 위로 나온다고 합니다. 그럼 다시 도토리를 찾아 구멍을 뚫겠지요.

 

참나무 중 가장 흔한 신갈나무.

 

거위벌레의 이 같은 짓은 지나치게 많은 열매를 단 참나무에게는 적당하게 개체수를 조절하게 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견제를 받겠지요. 몇 년 전 광명시는 전국 최초로 도토리거위벌레 수거 보상금 제도를 실시했습니다. 등산객 등이 도토리거위벌레 알을 수거해 오면 적절한 보상을 해주어 거위벌레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위한 제도였습니다광명시 관계자는도토리거위벌레는 참나무 생장에 많은 피해를 유발하고 산림 내 서식하는 다람쥐·청설모 등의 먹이사슬 균형을 저해하기 때문에 운영하는 제도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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