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전래동화, 헤이즐넛 그리고 개암나무 열매

우면산 2021. 8. 4.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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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북한산 우이령길에서 한창 여물고 있는 개암나무 열매(아래 사진)를 보았습니다. 개암나무 열매는 전래동화에도 나오고 헤이즐넛 커피 향 원료로 쓰이는 등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많은 열매입니다. ^^

 

개암나무는 양지바른 숲가장자리에서 자라는 나무로, 키는 2m 이내인 관목입니다. 이 개암나무 열매를개암이라고 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개암나무 열매는 열매를 감싸는 포가 짧아서 열매가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개암나무 열매.

 

전래동화 가운데개암 깨무는 소리에 도깨비가 도망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에 나무꾼이 날이 저물어 빈 집에 들어갔는데, 하필 도깨비들이 사는 곳이었습니다. 도깨비들이 돌아오자 나무꾼은 천장으로 몸을 피해 숨어 있는데 배가 너무 고팠답니다. 그래서 산에서 주머니에 넣어 둔 개암을 꺼내 깨물자, 깨무는 소리가 너무 커서 도깨비들이 천장이 무너지는줄 알고 도깨비방망이까지 놔두고 도망갔다고 합니다. ^^

 

개암나무의 열매, 즉 개암은 영어로 헤이즐넛 (Hazelnut)입니다. 커피 원두에 개암 향을 넣어 가공한 것을 헤이즐넛 커피라고 부릅니다. ^^ 개암은 개밤에서 변한 것이라고 합니다. 보통 ''라는 접두어가 붙으면 '질이 낮다'라는 뜻이 있는데 '밤보다 질이 떨어지는 열매'라는 의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개암나무는 잎도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딸이 어렸을 때 이 나무 잎을 보더니 누군가 잎을 뜯어낸 것 같아요라고 말해 가족들이 웃은 적이 있습니다. 개암나무 잎을 볼 때마다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

 

개암나무 열매와 잎.

 

지금처럼 나무가 우거지지 않은 시절에는 개암나무 같은 관목이 많이 자랐고 개암은 가을에 아이들의 긴요한 간식거리였다고 합니다. 개암이 전래동화에 등장할 만큼 그만큼 흔했고 우리 삶과 밀접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암나무는 한 나무에서 수꽃과 암꽃이 따로 핍니다. 봄이 시작하는 3월에 꼬리모양의 긴 수꽃이 잎보다 먼저 가지에 주렁주렁 달리고, 암꽃은 수꽃이 맺힌 가지 아래쪽에 진분홍 말미잘 모양으로 달립니다. 해마다 봄이면 이 둘이 함께 나오게 담으려고 애를 쓴 기억이 납니다. ^^

 

개암나무 암꽃(붉은색)과 수꽃(꼬리 모양).

 

중부지방 산에서 가끔 개암나무 열매 비슷한데 열매를 감싸는 포가 남아서 길쭉하게 뻗어 나온 종류를 볼 수 있습니다. 물개암나무입니다. 물개암나무는 잎의 톱니가 불규칙한 겹톱니가 있고 잎의 밑부분이 심장형입니다.

 

물개암나무 잎과 열매.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참개암나무도 있다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물개암나무와 차이를 명확하게 찾기 어려워 소개하지 않겠습니다(참개암나무는 ①잎 밑이 심장형이 아니라 그냥 둥글고 열매를 감싸는 포가 급격하게 좁아져 가늘고 간 점이 다르다는데...). 학계에도 이 둘을 같은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고 합니다. ^^

 

 

◇개암나무 관련해 더 읽을거리

 

-북한산 우이령길은 '물오리나무길' 

 

-8월 우이령길에 핀 꽃들, 무릇·사위질빵·꽃며느리밥풀·자주꿩의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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