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서오릉에는 왕릉을 오가는 길 외에도 서어나무길과 소나무길 등이 있습니다. 이 길을 걸을 때, 유난히 참나무 아래마다 참나무 가지들이 수북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가지치기를 한 것 같기도 합니다. ^^ 그러나 사람이 한 일로 보기에는 너무 방대한 규모입니다. 그럼 바람에 의한 걸까요? 바람에 한 일이라고 보기에는 나뭇가지 모양이 하나같이 비슷한 크기에 비슷한 모양입니다. 또 가지들이 저마다 꼭 도토리가 달려 있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가지 끝은 톱질한 듯 반듯하게 잘려 있습니다. 더구나 떨어진 도토리를 자세히 보면 깍정이와 열매에 산란 구멍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누가 이런 일을 한 것일까요? ^^
범인은 도토리거위벌레입니다. 이 벌레는 7월 말부터 도토리 달린 참나무 가지를 떨어뜨리기 시작해 8월이면 땅바닥을 참나무 잎 천지로 만든답니다. 막 떨어진 잎을 쫓아가 보면 가끔 그 주인공을 만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검은색 긴 주둥이를 가진, 1cm 정도의 작은 벌레입니다. ^^ 주둥이가 길쭉한 것이 거위를 닮았다고 해서 도토리거위벌레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도토리거위벌레는 왜 이런 짓을 할까요? 이 친구는 참나무로 날아올라 적당한 도토리를 고른 후 구멍을 뚫고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산란한 도토리가 달린 나뭇가지를 잘라냅니다. 나중에 애벌레가 땅속에 안착하도록 하기위한 것입니다. 가지 하나를 자르는데 4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니 자식을 남기기 위한 도토리거위벌레 모성이 대단합니다. ^^
도토리거위벌레는 반드시 잎사귀가 달린 가지를 자른다고 합니다. 그래야 도토리가 땅에 떨어질 때 잎이 프로펠러 역할을 해 충격을 완화하고, 잎의 광합성으로 도토리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도토리를 먹고 자라서 땅 속으로 들어가 겨울을 보내고 번데기를 거쳐 7~8월 성충으로 성장해 땅 위로 나온다고 합니다. 그럼 다시 도토리를 찾아 구멍을 뚫겠지요.
거위벌레의 이 같은 짓은 지나치게 많은 열매를 단 참나무에게는 적당하게 개체수를 조절하게 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견제를 받겠지요. 몇 년 전 광명시는 전국 최초로 도토리거위벌레 수거 보상금 제도를 실시했습니다. 등산객 등이 도토리거위벌레 알을 수거해 오면 적절한 보상을 해주어 거위벌레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위한 제도였습니다. 광명시 관계자는 “도토리거위벌레는 참나무 생장에 많은 피해를 유발하고 산림 내 서식하는 다람쥐·청설모 등의 먹이사슬 균형을 저해하기 때문에 운영하는 제도”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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