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어디든 잡초, 그 놀라운 생명력

우면산 2020. 5. 2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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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식물에 대해 좀 알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주변 식물에 관심을 갖다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잡초다. 식물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한번쯤 정리해보고 넘어가야할 것이 잡초이기도 하다.

 

도시인들이 흔히 볼 수 있는 '7대 잡초’를 꼽자면 바랭이, 왕바랭이, 망초, 개망초, 명아주, 쇠비름, 환삼덩굴을 들 수 있다. 이 일곱 가지 잡초만 잘 기억해도 주변에서 이름을 아는 풀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물론 강아지풀, 쑥, 서양민들레도 흔하디 흔하다.

 

 

바랭이는 밭이나 과수원, 길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잡초다. 지면을 기면서 마디마다 뿌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빠르게 퍼지는 식물이다. 일본 잡초생태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책 『풀들의 전략』에서 “바랭이의 부드러운 기품은 여성답고, 또한 세력에서도 여왕이라는 말에 손색이 없다”며 바랭이를 ‘잡초의 여왕’이라고 했다.

 

바랭이

 

바랭이는 밭에서 뽑아도 뽑아도 계속 생기는 잡초다. 베거나 뽑혀도 한 마디만 남아 있으면 다시 살아나기 때문이다. 고(故) 박완서는 산문집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서 뽑아도 다시 자라나는 마당 잡초를 얘기하며 “내 끝없는 노동에 맥이 빠지면서 ‘내가 졌다’ 백기를 들고 마당에 벌렁 드러누워 버릴 적도 있다”고 했다.

 

왕바랭이는 여러 줄기가 뭉쳐서 나 튼튼하고 다부지게 생겼다. 땅속으로 뻗는 뿌리도 깊어 여간해선 잘 뽑히지도 않는다. 꽃대가 다소 두껍고, 꽃이삭도 두줄로 촘촘하게 달리기 때문에 바랭이와 구분할 수 있다. 책 『풀들의 전략』에서는 왕바랭이의 굵은 이삭을 ‘호걸의 짙은 눈썹’ 같다고 했다.

 

왕바랭이

 

개망초도 잡초지만 꽃의 모양을 제대로 갖춘, 그런대로 예쁜 꽃이다. 하얀 꽃 속에 은은한 향기도 신선하다. 흰 혀꽃에 가운데 대롱꽃 다발이 노란 것이 계란후라이 같아 아이들이 ‘계란꽃’ 또는 ‘계란후라이꽃’이라 부른다.

 

망초(오른쪽)와 개망초(왼쪽).

 

반면 망초는 꽃이 볼품 없이 피는듯 마는듯 지는 식물이다. 망초라는 이름은 개화기 나라가 망할때 전국에 퍼진 풀이라 붙은 것이다. 보통 ‘개’자가 들어가면 더 볼품 없다는 뜻인데, 개망초꽃은 망초꽃보다 더 예쁘다.

 

 

명아주도 어디에나 흔하디 흔한 잡초의 하나다. 줄기 가운데 달리는 어린 잎에 붉은빛이나 흰빛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높이 2m까지 자란다. 다 자란 명아주를 말려 만든 지팡이를 청려장(靑藜杖)이라 하는데, 가볍고 단단해 지팡이로 제격이다.

 

명아주

 

쇠비름은 가지를 많이 치면서 사방으로 퍼져 땅을 방석 모양으로 덮는다. 채송화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같은 쇠비름과 식물이다. 뽑았더라도 그대로 두면 다시 살아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천명관 장편소설 『나의 삼촌 브루스 리』에도 ‘뽑아내도 뽑아내도 질기게 다시 뿌리를 내리는 쇠비름처럼 신흥 조직들의 발흥은 계속되었다’는 대목이 있다.

 

쇠비름

 

환삼덩굴은 황폐한 곳에서 흔히 자라는 외래종 덩굴식물이다. 왕성한 생장력으로 토종 식물을 감거나 덮으면서 자라 큰 피해를 주는 식물이다.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계 교란식물은 아니지만, 서울시가 제거 목록에 올려놓았다. 잎 양쪽 면에 거친 털이 있어서 옷에 잘 붙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가슴에 훈장처럼 붙이며 놀아 '훈장풀‘이라고도 부른다.

 

환삼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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